[기자수첩]극장 팝콘 맛이 씁쓸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1.08.04 07:47
방학이 되니 딸내미와 영화관을 자주 간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게 극장 매점. 그런데 가격에 움찔한다. 팝콘이 4000~5000원, 탄산음료가 2500원이나 한다. 팝콘 하나에 음료수 2개를 주문하면 영화 성인표(9000원)값을 넘어선다.

한때 극장 입구에는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밖에서 음식물을 들고 오면 극장 검표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던 기억도 있는 터라 극장 매장만 이용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극장의 주 수입원이 영화관람이 아닌 매점에서 나온다는 게 극장가의 통설이다. 멀티플렉스 영환관 매점의 경우 통상 관객 한명 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시네마통상의 경우 지난해 관객 수 2500만명에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네마통상의 최대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너 일가다.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자녀들이 47.3%, 여동생 신경애씨가 47.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런데 롯데시네마 매점의 운영권도 신 사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모두 쥐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는 롯데 뿐만 아니다. 신세계에서도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부사장이 주요주주로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 역시 이마트 대부분 점포에 입점해 있다.

대기업의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위배된다는 여론에 거세다. 특히 MRO사업의 주주들이 대부분 그룹 오너 일가로 이뤄졌다는 게 비난의 초점이다.

물론 MRO사업 규모에 비해 유통대기업 오너 일가의 계열사 일감 독점은 '새발의 피'일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시중가의 2~3배에 달하는 팝콘과 음료수를 사 먹게 되는 서민의 입맛은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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