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면, 日·스위스 통화 초강세 고통 호소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8.03 14:07

日, 시장 개입 임박…스위스, 개입 압력 확대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통화인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본과 스위스 정부당국의 고민이 깊어졌다.

환율 급등은 수출 가격을 높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일본과 스위스 정부는 국내외 비판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위스프랑, 유로화 대비 사상 최고치=엔화와 스위스프랑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경기 둔화 및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스페인·이탈리아의 채무위기 우려에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스위스프랑 가치는 유로와 달러, 파운드 등 16개 주요 통화와 대비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 2008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은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1.10프랑대로 하락(스위스프랑 가치 상승)했다. 3일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해 한국시간 오후 1시 현재 1.08스위스프랑까지 떨어졌다.

스위스프랑은 올들어 달러 대비 16%, 유로 대비 12% 상승하며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화 강세에 스위스 증시도 충격을 받았다. 스위스 증시는 2일 4.1% 하락하며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폭은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대폭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채무위기 문제도 반영됐지만 스위스프랑의 초강세가 더 큰 악재로 작용했다. 경제가 견조한 스위스 증시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증시보다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화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구두개입 덕에 달러당 77엔선을 힘겹게 유지하며 지난 3월 대지진 직후 기록했던 사상최고치 경신을 간신히 피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일 76.27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3월17일 기록했던 사상최저치 76.25엔을 목전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을 시사하면서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77.36엔(전일대비 0.27% 상승)으로 거래를 마친데 이어 3일 들어서도 이 시각 현재 77.27엔(전일대비 0.12% 하락)으로 77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日, 시장 개입 임박=이미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한 전례가 있고 대지진 이후 경기회복이 시급한 일본은 엔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3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급격한 엔고를 시정하기 위해 대응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엔고가 지속되면 대지진 이후 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받게 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급격한 엔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규모 엔화 매도 개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는 '경제정세에 관한 검토 회의'에서는 엔고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지진 복구 과정에 있는 일본 경제가 급격한 엔고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날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엔화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일방적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해외 외환당국과 다양하게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며 미국·유럽 당국과 개입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보통 해외 당국과의 협의는 비밀리에 진행되지만 개입 방침을 시사해 시장에 신호를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본은행도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엔고 억제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일본은행은 오는 4~5일 열리는 금융정책회의에서 현행 40조엔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5~10조엔 증액해 시장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의 개입 시점을 닛케이평균주가가 9500선이 무너지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개입 방식도 일본 단독보다는 지난 3월 대지진 당시처럼 주요 7개국(G7) 공동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공동개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해 공동개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G7이 적어도 일본의 단독 개입은 용인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스위스, 개입 압력 확대=일본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스위스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프랑 가치가 이미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뜻 개입 카드를 만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개입 실패의 기억 때문이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해 스위스프랑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유로 매입으로 시장에 개입했다가 210억 스위스프랑의 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정치적인 비판도 제기돼 구두개입조차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가 대표산업인 관광업계와 세계 최대의 시계 제조업체인 스와치 등 수출기업들이 스위스프랑 강세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면서 시장 개입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주요 기업들이 통화 강세 때문에 최근 실적이 악화돼 스위스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스와치, 론자 등 스위스 주요 기업들은 지난 분기 스위스프랑 강세로 매출과 순익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위스프랑 강세에 따른 환차손에 수익이 악화된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2일 증시에서도 환율 강세 우려에 은행주가 7% 이상 급락하는 등 위기감을 드러냈다.

닉 하이예크 스와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환율 개입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관광업계와 수출업체를 보호하려면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을 1.35스위스프랑대에서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실 우려와 정치적 비판은 무시해야 한다"며 "수출과 관광이 피해를 입는 것보다 (통화 가치 절하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닐 멜러 BNY멜론 투자전략가는 "외환시장 개입은 스위스프랑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수단"이라며 "자본 통제는 환율 상승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비판은 불가피하고 개입의 성공도 보장되지 않지만 당장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 쐐기를 박지 않으면 스위스프랑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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