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너무 올랐다…한은 '뒷북 매입' 논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1.08.02 16:04
금 투자에 소극적이던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매입했다. 12억4000만 달러어치, 25톤 규모다. 한은이 외환보유액 투자 대상으로 금을 산 것은 지난 199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금값이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이어서 뒷북 매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 25톤 매입=한은은 2일 '2011년 7월 외환보유액 현황'을 발표하며 7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자산 규모가 13억2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12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6~7월 금 25톤을 매입, 기존 보유량 14.4톤을 포함해 총 39.4톤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종전 0.03%(취득 원가 기준)에서 0.4%로 높아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 가격이 상승하며 외환보유액에서 안전자산인 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중국과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금을 상당량 사며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량을 시가 기준으로 1.6%와 8.7% 등으로 높인 상황이다. 반면 우리의 시가기준 금 보유량은 0.7%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은은 금이 가격 변동이 큰 데다 이자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다른 통화나 자산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며 투자를 꺼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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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7년은 적자를 내서, 2008년 이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금 투자가 순위에서 밀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금 매입' 입장 바꾼 이유는=한은은 지난 7월 말 외환보유액이 3110억3000만 달러로 지난 4월 역대 최고치(3072억 달러)를 경신하는 등 금을 매입할 여건이 성숙되면서 금을 사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은 안전자산이고,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투자다변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그동안 단점을 내세워 투자를 꺼렸다면 이제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매입에 나선 것. 일단 외환보유액 규모가 늘어나며 수익성이나 유동성 등을 일부 포기하고 금 투자에 나설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도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 규모에 근접해 여력이 전혀 없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 상향 논란 등 달러 위상 하락이 현실화된 것이 큰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뒷북 금 투자' 논란 일어=문제는 시기다. 한은이 금 매입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사이 금 가격은 온스 당 1600달러 대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축통화 재편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 보유를 늘리는 것도 괜찮지만 (타이밍이)늦기는 늦었다"며 "한은이 지금처럼 너무 달러를 끌어안고 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번에 트로이온스 당 1540달러 초반에서 금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스스로 "투자하는 입장에서 조금 부담이 된다"고 할 정도의 수준이다. 늦게 사면서 싸게 사지도 못한 만큼,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두 배로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금 가격에 대한 전문가, 주요 투자은행 등의 전망은 엇갈린다. 다만 금 공급이 제한된 반면 장신구 및 투자 수요가 늘어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도 이런 점에 미뤄 외환보유 다변화 측면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입장에 변화가 생긴 만큼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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