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30억보험 중복가입, 보험사 알았을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1.07.31 17:25

보험업계, 중복 조회가능vs알기어려워 '분분'...금융당국 "보험계약심사 실태점검"

불과 20일 사이 30억원 상당의 거액보험 중복 가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보험회사들은 이 사실을 보험 계약 단계에서 알고 있었을까.

지난 29일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 기장 A씨가 사고 한 달 전부터 여러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커지는 궁금증이다.

사고 원인과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선 그러나 A씨가 불과 20일 만에 여러 곳의 보험사들과 거액의 보험계약을 맺은 데 대해 이례적인 일이란 반응이다.

보험계약 인수심사(언더라이팅) 단계에서 중복 가입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28일부터 사고 발생 10일 전인 7월18일까지 20일간 자신 명의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동부화재, KDB생명 등에 보험금 27억원 규모의 보험 7개에 가입했다.

기존에 가입해 있던 3건의 보험을 합하면 7개 보험사 10개 상품이다. 보험금 총액은 3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고위험 직군인 조종사들은 통상 사고 위험에 대비해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불과 20일 만에 여러 곳에 거액 보험을 가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사들이 A씨의 보험 중복가입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계약을 승인했을 것이란 의견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 엇갈린다.

B손보사 관계자는 "정액형 보험상품의 경우 가입 단계에서 타보험사 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중복 가입을 확인하고도 A씨의 급여수준이나 납입 보험료 등을 감안해 승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타보험사 가입 여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보험사들은 사별 인수 지침에 따라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며 "소득이 좋은 직종일 경우 중복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C손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달리 사망 보험금 식의 정액보상 보험은 가입 단계에서 중복 여부를 체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협회에 보험계약 통합조회시스템이 있지만 모든 보험의 중복 가입 여부를 체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씨와 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들이 중복 가입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 이번 보험계약의 특성상 시차 문제로 인해 보험사들이 중복 가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D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업계 계약조회시스템은 계약이 성립한 후 정보가 뜬다"며 "청약하고 계약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A씨의 경우 단기간에 여러 건의 계약을 했으므로 보험사들이 중복 가입을 알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화물기 추락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향후 보험사들이 A씨의 보험 중복가입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를 따져 볼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보험업계의 계약 인수 심사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을 더욱 강화해 제도적 허점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미리 알면서 보험계약을 승인했다면 영업을 위해 과도하게 위험을 떠안은 측면이 있고, 몰랐다고 하면 보험 정보공유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건과 별개로 보험계약 관련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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