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식품은 왜 '꼬꼬면'을 외면했나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1.07.30 08:15

관심보이던 농심·삼양 상품화 접어… '원조 맛' 제대로 살리느냐가 성공 관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회사가 상품화하죠."
지난 3월 방영된 '남자의 자격-라면의 달인' 편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선보인 꼬꼬면에 대해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농심·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의 라면 전문가들은 모두 눈독을 들였다.

대회에선 2위에 그쳤지만 1위였던 '샐러드라면' 보다 간편한 조리법으로 오히려 상품성은 더 높다는 평가였다. 이들 3사는 모두 상품화를 위한 자체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으로 양산화를 실행에 옮긴 건 한국야쿠르트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와 함께 4개월 동안 손잡고 연구 개발을 진행, 드디어 지난 26일부터 '꼬꼬면' 봉지라면의 생산을 개시했으며 다음 달부터 시중에 판매할 예정이다. 매출 목표는 연 300억원인데 이 제품을 히트시켜 라면업계 판도를 흔들겠다는 게 한국야쿠르트의 포부다. 앞서 유명 분식집의 이름을 따 '틈새라면 빨계떡'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꼬꼬면도 이와 유사한 마케팅의 전략이다.

'팔도'라는 라면 브랜드를 가진 한국야쿠르트는 업계에선 농심·삼양식품·오뚜기에 이어 4위에 머물러 있다. 팔도비빔면과 용기면(왕뚜껑·도시락)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주류 시장인 봉지라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서다.

그런데 방송 당시 관심을 갖던 다른 두 업체가 상품화를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라면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농심은 "1등 선두 업체와 후발 주자의 마케팅방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신라면을 비롯한 안성탕면·너구리 등의 강력한 브랜드가 갖춰진 상태에서 시류에 따라 유행성 제품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농심의 생각이었다. 특히 꼬꼬면 검토 기간 동안 농심은 '신라면 블랙'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위인 삼양식품도 로열티 부담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1%대의 로열티를 이경규 씨에게 전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면은 마진이 적어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판매 중인 '삼양라면 클래식'이 닭고기 육수맛을 갖고 있어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처럼 업계 1·2위 강자들이 제품화를 포기하면서 꼬꼬면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쇠고기 육수맛 라면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서 닭고기 맛 육수가 소비자들에게 먹힐지는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꼬꼬면은 신선 재료를 쓴 음식이었는데 튀긴 인스턴트 면이 그 맛을 그대로 낼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초기에는 유명세 덕에 호기심 수요가 많겠지만 2~3달은 지나봐야 안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출시된 신라면 블랙도 호기심 수요가 가세해 첫 달에만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2달이 넘어서면서 판매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바 있다.

한편 가격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인 1000원(편의점 기준)인 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라면은 '서민 식품' 이미지가 강해 1000원 이상일 경우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기존 한국야쿠르트의 봉지라면 제품 중 최고가는 일품 해물라면으로 개당 900원(편의점 기준)에 팔리고 있다.

농심 등 여타 라면업체들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음 달부터 권장소비자가격을 제품에 표기할 예정이지만 꼬꼬면은 이를 표기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현재 물가상승률이나 다른 제품들을 고려할 때 적정한 가격으로 본다"며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새 라면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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