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뭐기에…"몸살난 '평창' 부동산"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1.07.30 08:34

투기조짐 후 토지거래허가 지정…시장 급냉에 '성난 민심' 정부도 고심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후 강원도 평창 부동산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도전 '삼수' 끝에 극적으로 성공한 덕분에 부동산시장도 한껏 달아올랐다. 발표 당일부터 땅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평창 부동산 중개업소로 빗발쳤다.

3~4년 동안 '개점휴업'을 맞았던 평창 부동산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기획부동산들도 어김없이 평창에 몰려들면서 부동산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커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평창군 대관령면 시내(위)에 동계올림픽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평창군 봉평면 시내에 걸린 현수막(아래)과 대조를 이룬다.
◇기획부동산 잡자고 주민만 피해…성난 민심 "올림픽 반대"
보다 못한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들어서는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대관령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달아오르던 평창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려면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기획부동산이 저가에 땅을 산 뒤 잘게 쪼개 비싸게 속여 파는 걸 막기 위한 관련법 제정도 병행했다. 국세청도 기획부동산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과 실효성이 떨어져 현지 주민들의 고통만 키운다는 불만도 커졌다. 투기세력을 차단하려는 대책들이 실수요자들의 심리도 꺾어놓은 것이다.

특히 동계올림픽 개최 후 땅값 상승을 은근히 바라던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반대한다'는 큼직한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릴 만큼 민심이 돌변했다.

O공인중개 대표는 "일부 주민들은 수년간 팔리지도 않던 땅을 이참에 팔아 농협 빚을 갚으려고 했는데 거래가 끊겨 경매로 넘어갈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하우스푸어처럼 랜드푸어(땅을 갖고 있지만 빚에 허덕이는)가 심각해 이를 해결할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 차단 장기적 도움…"실수요자 동요 말아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 일대 토지. 수년전 기획부동산들이 토지를 매입, 분할한 뒤 비싸게 팔았다. 토지가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하게 분할돼 있다.
평창군 봉평면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됐지만 된서리를 맞았다.

인근 펜션개발업체 대표는 "호가만 뛰고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대관령면이 갑자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이젠 문의조차 없다"며 "봉평면도 추가로 지정될 것이란 우려로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들은 2004년쯤 평창 부동산을 대거 매수한 뒤 이미 팔아 넘겼다. 이 때문에 정부의 뒷북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정부의 감시망을 미리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선 평창 동계올림픽의 실질적 수혜지로 부상한 원주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관계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관령면 S공인중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하고 전원주택이나 펜션, 귀농자 등 실수요자를 유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도 실수요자들은 다소 번거롭기만 할 뿐 피해를 입는 게 아니므로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정부 "토지거래허가 상황 따라 유연히 대처"
정부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강원도는 평창군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동계올림픽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핵심 부지를 제외한 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도 시장이 안정을 찾고 투기 세력 유입에 대한 우려가 낮으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며 "현지 주민들의 불편함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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