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쓸고 간 우면동 형촌마을 가보니… "폐허"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 2011.07.27 23:05

마을 위쪽 저수지 둑 터지면서 재앙…주민들 "지난해 보강공사 부실 아니냐" 울분

폭우가 쓸고 간 마을은 처참했다. 주민들은 "전쟁이 난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27일 수마가 휩쓸고 간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은 '유령마을'로 변해 있었다. 고급 단독주택 120세대가 들어선 마을은 70%이상의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침울한 표정의 몇몇 주민들만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음산한 분위기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느껴졌다. 삼엄한 표정의 군인과 경찰이 마을 입구 곳곳에 지켜 선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진짜 전쟁이 난 듯하다”고 말했다. 폐허로 변해버린 집들과 폭포수처럼 떠내려 오는 싯누런 빗물.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빗물을 헤치며 올라가 본 마을 곳곳에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승용차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무너진 담장 사이로는 산에서 떠내려 온 나무 등걸들이 삐죽이 꽂혀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침수된 지하실에서 아들과 토사를 퍼내고 있던 김모씨는 “어머니만 우선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고 다른 가족들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남았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촌마을의 피해는 이날 새벽부터 내린 폭우로 마을 위쪽의 우면산 기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초래됐다. 북한산과 청계산 등 서울의 많은 산 가운데 하필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분분하지만, 물이 많이 고여 있는 상태에 비가 쏟아지면서 젖어 있는 흙이 물기를 빨아들이지 못해 쓸려 내린 점이 이유로 꼽혔다.

우면산에 뿌리가 짧은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흙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비극은 이날 오전 8시쯤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한 마을 위쪽의 저수지 둑이 터지면서 토사와 빗물이 마을을 덮치면서 시작됐다. 오전 한때 마을 일대 도로가 침수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에 고립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5시쯤 형촌마을을 찾았다. 복구 작업을 하던 마을 주민들은 오 시장에게 “저수지 준설에 구청이 먼저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생태공원이나 만들고 있으니 마을이 이지경이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48·여)는 “지난해 내린 많은 비로 저수지 둑 일부가 소실돼 보강 공사를 했다”며 “그런데도 둑이 터졌다는 건 애초부터 저수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들은 대피령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남아 피해 복구 작업에 매달렸다.

김영순씨(49·여)는 “비가 더 내린다고 해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딱히 갈 곳도 없어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며 “남편에게는 퇴근하면 집으로 오지 말고 인근 찜질방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폭우로 형촌마을에 살던 양명숙씨(63)가 숨졌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양씨는 많은 비가 내리자 지하 보일러실에 물이 차는 것은 아닌지 살피기 위해 내려갔다 갑자기 들이닥친 빗물과 토사에 미처 지하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의 집을 찾았다. 양씨 가족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회사 관계자들과 인부들이 사고 수습과 복구 작업에 열을 올렸다.

양씨의 이웃집에 산다는 김모씨(48·여)는 “양씨의 집이 저수지에서 가까운 동네의 제일 윗집이라 피해가 더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또 “저수지가 터진 것은 오전 8시쯤이었는데 경찰은 10시가 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다”며 “정부에서 미리미리 대처를 했어야지 이미 사고가 난 다음에 경찰이 와봤자 폴리스라인 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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