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누비는 K-컬처 '숨은 공신'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1.07.27 11:31

수출입은행 지식문화콘텐츠팀 전선준 팀장, 올해만 1000억 이상 지원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마땅히 보고 배울 모델도 없고 경험 많은 조력자들도 부족하다면 더욱 그렇다.

2009년 수출입은행이 문화콘텐츠 금융지원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제조업체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도 아니고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게임, 드라마 등을 다루는 일이다.

당사자인 전선준 미래산업금융실 지식문화콘텐츠팀장(사진)이 누구보다 힘들었다. "수출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대금회수는 어떻게 하는지, 채권보전 대책은 무엇인지, 바이어는 신뢰할 수 있는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고 회고했다.
↑전선준 팀장(오른쪽)이 우수 문화콘텐츠 발굴을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이지만 그 때만해도 은행권에서는 문화콘텐츠의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이 전무해 물어볼 데도 없었다. 문화산업부터 배워야 했다. 온갖 유관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돌아다녔다. 수출 꽤나 한다는 관련기업을 찾아 기업비밀에 해당하는 수출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주위 동료들은 "문화산업 지원은 수은에 맞지 않으니 적당히 하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오기가 생겼다. 날로 성장하는 한국의 문화산업이 콘텐츠를 해외 곳곳으로 팔고 유력 외국 업체를 인수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수출입은행이 이런 금융수요를 지원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콘텐츠 제작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임을 감안해 재무적 요소보다는 콘텐츠의 가치를 중시하는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부터 구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과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해 콘텐츠 제작을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해주는 '완성보증제도'도 도입했다.

수출입은행의 이런 밀알과 같은 노력들이 모여 소위 'K-컬쳐'가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CJ CGV (5,950원 ▼190 -3.09%)가 베트남 최대 영화배급 상영기업인 메가스타를 인수하는데 5800만 달러의 자금을 댔다. M게임, YD온라인 등 주요 중견게임업체들에 수출금융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게임 23건, 드라마 5건, 캐릭터 1건, 애니메이션 6건, 영화 3건 등 총 38건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규모는 665억원, 올해는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는 시중은행들도 나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수출금융을 다룬다. 그만큼 우리 문화산업의 가능성이 커졌다.

전 팀장은 "콘텐츠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어느 정도 흥행하면 수출을 위해 추가 생산이나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특히 고용효과가 높아 파급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크다"고 말했다.

아직 아쉬움도 있다. 그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여전히 은행대출을 곧 무상지원으로 간주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좀 더 기업 마인드를 갖고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팀장은 또 "지금은 비록 작은 기업이더라도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해리포터가 탄생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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