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은 사고철?,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人災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 2011.07.24 15:45

(종합)100km→200km→300km…, 안전 확보 없이 속도 높여 사고유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멀리 달리는 최고의 고속전철이라고 자랑하던 중국 고속전철이 '사고철'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1318km를 4시48분에 주파하는 '징후고속전철'이 개통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를 빚은 것이다.

 특히 그동안 크고 작은 잔고장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세계 최고라는 자만이 초래한 안전 불감증 사고라는 점에서 파장은 일파만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속전철의 대명사로 불리는 허시에(和諧)호. 지난 6월30일 개통을 앞두고 베이징 남역 플랫홈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에 맞추기 위해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을 무리하게 서둘러 개통했다는 지적도 나오며 후진타오 주석 정부도 편치 않은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독일을 뛰어 넘는 최고의 고속철 기술력 국가라는 이미지와 함께 브라질 등지로 진출하려던 중국 고속철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끊이지 않던 잔 고장, 사고, 결국 대형 참사 불러=23일 오후 8시34분(현지시간)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에서 고속전철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베이징을 떠나 푸젠성으로 향하던 고속전철 D301호가 저장성 원저우 부근에서 정차해 있던 다른 고속열차인 D3115호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특히 앞서 있던 D3115호의 객차 2량이 충격에 선로를 이탈, 교량 아래로 추락하며 사상자가 늘었다. 현재까지 35명이 사망하는등 2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D3115호는 당시 벼락에 의해 일어난 정전으로 일시 정차했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후행 열차가 추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중이지만 비상시에 대응하는 고속철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빚은 원시적 사고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 고속철은 잦은 고장, 사고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20일에는 상하이 훙차오(虹橋)역을 출발해 난징역으로 향하던 G7138편 열차가 갑작스러운 전기 공급 중단으로 쑤저우 신취역에 멈춰 섰다.

열차 내부의 비상 전력 공급까지 끊어지면서 많은 승객들이 한여름 더위 속에서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 고속철은 지난 2008년 개통된 1세대였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고속철이라는 신념으로 지난달말 개통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개통 10일만에 첫 고장이 나기 시작해 한달사이 벌써 다섯차례나 고장, 사고가 일어났다.


 ◇쓰러진 허시에(和諧)..속도지상주의의 비극=중국 고속전철사업은 2005년 첫 삽을 떴다. 특히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이후 중점 국가사업으로 적극 추진됐다. 2008년에 베이징-톈진 간 고속전철이 처음 개통된 이후 광저우-우한, 정저우-시안 등의 고속전철도 개통돼 불과 5년 동안에 고속철 길이만 7500km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1만6000km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7월23일 밤 발생한 사고로 다리 아래로 추락해 쓰러져 있는 허시에호.

 공산당 창당 90주년에 맞춰 개통된 '베이징-상하이고속전철'은 최고속도가 시속 300km로 정해졌다. 당초 시험운전 때는 세계 최고인 486.1km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전 우려가 제기됐으나 세계경제 2위 경제대국(G2)인 중국의 자부심이 이를 눌렀다.

 중국 고속전철은 하얀 바탕에 파란색 줄이 그어져 있으며 '허시에하오(和諧號)'라고 부른다. 허시에는 공정하고 조화롭다는 뜻으로 후주석이 중국의 통치이념으로 제시한 것이다. 올해 시작된 중국 12차5개년 경제개발계획(12.5규획)의 근간도 이전의 성장위주 정책에서 소외된 서민들을 아우르는 공평한 체제 완성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그동안 고도성장의 특징인 속도전이 빚은 인재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특히 내년 출범하는 5세대 지도부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전 업적 과시용으로 이뤄진 졸속행정의 상징이라는 비난으로부터 후진타오돥 원자바오 체제가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긴장하는 중국 정부, 고속철 수출사업 물 건너가나 = 후주석과 원총리는 긴급 회의를 열어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하고 신속한 복구와 사고 재발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중국 국무원은 개통 한달도 안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노선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추락한 명성은 한동안 회복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고속철 사업에 뛰들었다가 최근 기술 도용 문제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일본의 언론들은 중국 고속철의 기술적 불안, 안전불감증 등을 중점 보도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거의 따논 당상이라고 자부하던 브라질 고속철 수주도 제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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