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골병들게 한 기획부동산, 원주 '상륙'

머니투데이 평창·원주(강원)=전병윤 기자 | 2011.07.25 06:02

[르포]대관령·봉평면 피해자 속출…정부 '늑장'·기획 '잰걸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 일대 토지. 수년전 기획부동산들이 토지를 매입, 분할한 뒤 비싸게 팔았다. 토지가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하게 분할돼 있다.
 싼값에 토지를 대거 사들인 뒤 분할해서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기획부동산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확정 전에 인근 지역을 훑고 지나가면서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획부동산에 맹지(주변에 도로가 없는 땅)나 토지개발이 불가능한 가파른 땅을 속아 산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정부의 단속에 한 박자 빨리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선 평창동계올림픽의 실질적 수혜지로 부상한 원주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평창군 일대 임야 등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기획부동산업체의 서울사무실에서 도면만 보고 계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면에는 마치 도로가 나 있는 것처럼 토지분할을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맹지인데다 앞이 낭떠러지인 경우도 허다하다.

기획부동산은 3.3㎡당 5만~10만원에 3300㎡(1000평) 이상 사들인 뒤 수십여 개로 잘게 쪼개 3.3㎡당 40만~50만원씩 최고 10배 이상 비싸게 팔아넘겼다. 투자가치가 '제로'에 가까운 토지를 비싸게 산 피해자들은 동계올림픽 개최 후 기대감에 편승해 매물을 쏟아놓고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봉평면 O공인중개 대표는 "평창에서 '임야'나 '산'으로 표시된 토지는 반드시 현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제3의 공인중개사에게 검증받은 후 계약해야 한다"며 "그나마 포장도로에 인접한 토지를 산 피해자들은 매수자를 찾아볼 수 있지만 산 중턱에 있는 토지를 비싸게 산 경우도 많아 구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부동산들은 신뢰관계를 악용, 친인척과 지인 등을 속이거나 5000만~6000만원의 투자금을 가진 중산층이나 서민층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거래금액이 거액자산가들의 구미에 안맞고 현지 사정에 둔감한 서민층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법망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토지를 매매하려면 일정규모 이상이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획부동산들은 이를 미리 간파하고 임야의 경우 992㎡(300평) 이하로 토지분할을 해놓은 상태다. 992㎡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관령면 D공인중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항상 피하고 있다"며 "뒷북치듯 토지거래구역을 광범위하게 묶는 것보다 해당 업체들을 정밀 조사해 세무조사를 하고 관계부처들은 피해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부동산들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원주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원주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후 인프라건설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기 때문이다. 원주는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건설이 속도를 높이고 있어 서울에서 1시간 이내 생활권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기 광주와 강원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도 놓인다.

인프라 개선 기대감을 반영,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 확정 후 원주의 펜션부지는 가장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춘 경우 3.3㎡당 40만~50만원으로 동계올림픽 개최 전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99㎡ 이하 아파트 가격은 3.3㎡당 300만원에서 400만원 이상 올랐다. 미분양 아파트와 미분양 택지들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원주시 H공인중개 대표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엔 수년 전 혁신도시 선정을 앞두고 기승을 부린 기획부동산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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