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2가마 반, 2억6천만원 매출로 커진 사연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1.07.22 07:45

[행복한 동행/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11]가을향기농장 유기농 장류-CJ오쇼핑

↑양평 용천리에 위치한 가을향기농장. 이곳에 들어서면 800평(2640㎡) 부지에 빽빽하게 들어 찬 장독과 메주저장소.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정중앙에 점을 찍으면 닿는 곳, 경기도 양평. 너른 터에 용문산 등 여러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한 줄기로 만나는 양평은 친환경 농업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 유기농 마을이 있는 용천리의 가을향기농장에 들어서면 800평(2640㎡) 부지에 빽빽하게 들어 찬 장독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안에는 고(故) 김영환·박애경씨 부부가 정성껏 담근 된장, 고추장이 가득하다.

유기농 장류인 '가을향기' 브랜드가 입소문에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7년 8월 CJ오쇼핑의 '1촌1명품' 방송을 통해서다. 1촌1명품은 한국벤처농업대학과 함께 기획된 CJ오쇼핑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각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발굴해 유통·마케팅 노하우를 전수, 지역 사회를 육성하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가을향기농장의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은 청와대 경호실 식탁에도 올랐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김 씨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박애경 대표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을향기' 국내 최초로 장류부문 유기가공품 품질 인증=고 김영환씨와 박애경 대표는 15년 전 만해도 인천에 사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였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이 부부는 봉사활동 차 양평을 찾았다가 아름다운 시골풍경과 정 많은 시골 인심에 푹 빠져 아예 정착키로 했다. 어려서부터 키워온 '아담한 농장주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도 한 몫 거들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이사 온 이들 부부는 꿈만으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외환위기(IMF)가 닥친 1997년, 회사 생활을 접고 양평에서 처음으로 거둔 수확은 쌀 9가마에 70Kg짜리 콩 2가마 반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콩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 된장이었다. 콩으로 메주를 쑤고, 그것으로 장을 담근 것이 가을향기 장류가 탄생한 계기이다.

이들 부부는 한국 고유의 장맛을 위해서라면 어느 곳을 막론하고 쫓아다녔다. 처음엔 마을 주민들도 수확량이 적은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김 씨 부부를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기농법만이 농업을 살릴 수 있다'는 애초의 각오를 버릴 수 없었다.


김 씨가 만드는 장류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콩을 손수 메주로 빚고, 흙과 나무로만 만든 순황토 숙성실에서 유기농 볏짚을 이용해 자연발효를 시킨다. 이것을 동네 어르신들에게 물려받은 오래 된 항아리에 넣고 2~3년을 더 기다려야 가을향기 장류가 완성된다. 자연이 주는 햇볕과 바람, 그리고 정성만으로 만드는 것이 순수한 토종 장맛의 비결이다.

유기농 장류를 널리 인정받기 위해 공인 작업 노력도 기울였다. 2004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장류부문 '유기가공품 품질인증'을 받은데 이어 2009년에는 유럽연합 유기인증(EU Organic)과 미국유기인증(USDA-NOP)을 받았다.

↑CJ오쇼핑이 우리 우수 농수산물을 널리알리기 위해 '1촌1명품' 방송을 마련했다. 사진은 가을향기농장의 장류를 판매하고 있는 장면.
◇ CJ오쇼핑 '1촌 1명품' 통해 인기=가을향기 장류는 처음엔 생협이나 농협을 통하거나 입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에게만 판매돼 왔다. 한번 구매한 이들은 단골이 됐지만 값싼 외국 콩으로 만든 대기업 장류에 비해 유통되는 곳이 적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CJ오쇼핑이 운영하는 1촌 1명품 사업과 인연을 맺은 후부터 가을향기는 전국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사업에 선정된 상품은 농가와 구매고객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3억 원 이상의 매출액 달성 이전까지 CJ오쇼핑이 마진 없이 판매한다. 즉 방송 제작비 등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제반 비용까지 모두 CJ오쇼핑이 책임지고, 판매 수익금은 모두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형태다.

단, 판매 수익금의 2%는 농어민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해 우수한 상품 생산에 재투자된다. 2011년 현재까지 총 38개의 농가의 200여 개 상품이 발굴돼 운영되고 있다. 1촌 1명품 상품은 격주로 매월 2회 TV홈쇼핑을 통한 생방송 판매를 진행하며, 매 월 110만부 가량 발행되는 CJ오쇼핑 카탈로그에 매월 4쪽 분량으로 고정 소개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CJmall)을 통해선 상시 판매되고 있다.

가을향기는 CJ오쇼핑을 통해 지난해 2억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애경 대표는 "매출 신장보다도 CJ오쇼핑으로 인해 상품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 더욱 큰 이득"이라며 "앞으로의 꿈은 매 년 한 항아리씩은 남겨 둬 100년의 역사가 담긴 된장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 김영환씨의 추모 1주기 즈음인 지난 달 25일,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40여 명이 가을향기 농장을 찾았다. 이 대표 등 임직원들은 된장의 원료가 될 콩의 모종을 심고 잡초를 제거하고, 된장 숙성을 위한 장독을 닦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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