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채무한도 증액, 공화당보다 오바마 지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7.20 15:36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상원 내 초당적 협의기구인 '갱 오브 식스'의 재정적자 감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데 이어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채무한도 증액과 관련, 공화당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NBC뉴스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4~17일간 설문조사한 결과 38%가 채무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혀 채무한도 증액에 반대한다는 대답 31%을 웃돌았다.

한달 전 조사에서는 채무한도를 높이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39%로 채무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 28%보다 많았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늘어나는 부채를 걱정해 채무한도 증액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인 55%가 정치권이 채무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오는 8월2일까지 채무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미국이 디폴트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은 단순한 협박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미국인 대다수의 정서는 미국 행정부의 우려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 대상자의 18%만이 의회가 채무한도를 높이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특히 보수적인 시민운동 단체인 티파티의 3분의 1은 채무한도 증액에 실패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25%는 채무한도 증액 이슈를 잘 몰라 뭐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자의 58%가 채무한도 증액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채무한도를 2조4000억달러로 늘리고 메디케어를 포함한 재정지출 삭감과 기업 및 부자 증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4조달러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재정지출 삭감만으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2조5000억달러 줄이자는 공화당 의견은 36%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는 공화당이 왜 증세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전체 응답자의 62%와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유권자의 61%는 공화당이 채무한도 증액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증세에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46%, 티파티 지지자들은 58%가 공화당이 채무한도 증액을 볼모로 한 증세 요구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 때 승리를 안겨준 전통적인 보수적 지지층과 내년 대선 승리의 캐스팅보트를 쥔 독립적인 유권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입장에 처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독립적 유권자들 62%와 73%는 민주당이 재정지출 감축에 대해서는 공화당에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이 요구하고 있는 메디케어를 포함한 복지지출 삭감과 관련, 민주당 지지자들의 52%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채무한도를 2조4000억달러로 늘리고 재정적자도 향후 10년간 2조5000억달러 감축하며 균형재정을 요구하는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반면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3명씩으로 구성된 '갱 오브 식스'에서 향후 10년간 3조7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내놓았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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