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에 도전한 배선영 감사가 말하는 '비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1.07.17 17:55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가 펴낸 '시장의 비밀'…글로벌 금융위기 파헤쳐 '화제'

↑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
"한때의 시론을 담은 성명서가 아니라 하나의 교본으로 후대에까지 남겨야 한다는 각오로 집필했다."

13년 만에 두 번째 저서 '시장의 비밀'을 펴낸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2년6개월여를 두문불출했고, 건강도 상했다. 그 스스로 케인즈가 1929년 대작 '일반이론'을 쓰고 심장병을 얻은 것에 비유할 정도다.

그는 아무도 명확한 해답을 못 내놓은 글로벌 금융위기, 환율전쟁 등 가장 골치 아픈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만큼 직설적 표현이 시원스럽고 때로 비장하다. 그는 "우국충정으로 썼다"고 정리했다.

배 감사는 경제관료 시절인 지난 1998년 첫 번째 저서 '화폐·이자·주가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기존경제학에 대한 이론적 도전'으로 '케인즈에 도전한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 감사는 "아인슈타인에게 뉴튼은 정신적 스승이자 도전의 대상이었듯 나에게 케인즈가 그런 존재다"라고 말했다. 책의 서문에 케인즈가 당시 기존 학자들을 공격하기 전에 썼던 사과문을 그대로 인용할 정도다. "내가 선명한 차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의 논쟁적 어조 자체가 너무 날카로웠다면, 용서를 구할 따름이다"

그는 책에서 기존 이론과 학자들의 견해를 거침없이 반박했다. 음모론이 아닌 자신만의 논리와 이론, 개념정리를 통해서다.


배 감사가 쏟아내는 질문은 하나같이 어렵고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 투자은행들의 파생상품 때문인가', '금융위기는 왜 대공황으로 안 번졌나', '한국이 어떻게 가장 빨리 극복 했나', '그리스와 독일 간 경상수지 불균형이 왜 장기간 지속되나', '일본의 어떤 실책이 중국에 그토록 일찍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게 만들었나' 등 어느 이슈 하나 비켜가지 않는다.

배 감사는 책에서 금융버블의 주요 변수 개념부터 작동 메커니즘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는 또 고환율과 저환율을 각각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를 발생시키는 수준의 환율로 정의했다. 이어 "한국이 저환율정책을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자살행위"라고 표현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개설서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곳곳에 도발적 표현도 독자를 자극시킨다. "현행 경제위기에 관해 가장 정확한 견해로 남게 될 것", "필자가 단언한다"와 같은 표현은 지적 도전을 준다.

배 감사는 1960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마쳤다. 제24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했고 제16회 외무고시까지 붙어 이른바 고시 2관왕을 달성했다. 1983년부터 17년 동안 재무부 국제금융국·증권국, 대통령 경제비서실 등에서 경제 관료로 지냈다. 새천년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을 지내는 등 정치권도 발을 담갔고 지난 4월부터는 수출입은행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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