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광팬의 투자 필살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11.07.15 10:11

[여한구의 증시읽기]920원 에스엠 주식을 매수, 현재 주가 2만7000원대

편집자주 | 증시는 돈을 향한 욕망이 펄펄 끓는 용광로입니다. 기업의 건전한 사업자금 조달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지만 기업과 개인의 생사를 가르는 살벌한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증시에는 항상 희비가 엇갈리고, 탄식과 환호가 교차합니다. 승리의 과실은 달콤하고 패배의 고통은 쓰라립니다. 인간사의 또다른 축소판인 증시를 일반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증시읽기'를 통해 바라봅니다. 증시의 앞뒤와 선후를 짚고, 뒤집을 것은 뒤집어 투자자의 가려운 등을 긁어드리겠습니다.

증시에서도 국민 걸 그룹 '소녀시대' 파워가 거세다. 잘 알려졌다시피 소녀시대의 소속사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이다.

에스엠은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을 앞세워 K-POP의 글로벌화를 주도하면서 증시에서 승승장구를 거듭 중이다. 에스엠의 최대주주 이수만 회장은 단숨에 1000억원대 주식 부자로 등극했고, 에스엠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고마워, 소녀시대"를 외칠만하다.

최근에는 소녀시대의 광팬임을 자처한 한 삼촌 팬이 소녀시대를 믿고 에스엠에 투자한 지 3년 만에 무려 2791%의 수익률을 거뒀다는 사실을 인증 샷과 함께 공개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깜짝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단타 투자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3년이나 참고 기다렸다는 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사실 920원에 에스엠 주식을 매수했고, 현재 주가가 2만7000원대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동안 숱한 차익실현의 유혹을 느꼈을 법 한데도 삼촌팬은 참고 또 참았음이 쉬 짐작이 가능하다.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했기에 장기전을 벌였고, 결국 대박으로 돌아왔다.

삼촌 팬의 투자형태를 굳이 구분하자면 가치투자로 볼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소녀시대)를 믿고 부직포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며 모은 돈을 투자해 얻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피터 린치의 "잘 아는 주식에 투자하고, 그 주식을 깊이 연구하면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교훈과도 그의 투자법은 일치한다.

그가 에스엠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잘 몰라도 소녀시대만큼은 너무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소녀시대를 생각하며 투자했다"고 자신 있게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명쾌한 투자법이지만 다른 투자자들도 한 번 음미해 볼 법하다. 마음이 가는 기업의 미래를 믿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원하는 것 이상의 수익률을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일회성 투자 대상이 아니라 한 기업의 팬으로서 접근해보면 어떨까. 열광하는 대상이 작은 잘못을 했거나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게 팬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성적이 나빠도 성적이 향상되기를 바랄 뿐, 다른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하위 팀이 숱한 시련을 딛고 우승을 하면 그 팀을 지지하고 응원한 팬의 기쁨은 몇 배로 커진다.

지금은 잘 나가는 에스엠도 한 때는 주가가 바닥을 기었다. 그때 실망하고 에스엠을 버렸다면, 삼촌 팬이 맛보는 지금의 달콤함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신만의 '소녀시대'를 골라 믿고 투자하고, 투자한 뒤에는 변함없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자. 투자 필살기가 뭐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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