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3명이 시작한 회사, ○○ 있으면 성공 빨라진다

머니투데이 유병률 기자, 기성훈 기자, 이현수 기자 | 2011.07.14 06:00

[창간 10주년 기획] 88만원 세대를 88억원 세대로

<5회> 창업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

엔젤투자클럽인 고벤처 포럼은 매달 마지막 목요일 청년 창업가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벤처캐피탈과 대기업,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 자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고 개발자끼리 연결되기도 하고 사업계획이 수정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인터넷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6월 모임에서 고영하 회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01@

80여명 참석자 가운데 양복을 입은 사람이 절반,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절반이었다. 자리를 못 잡은 사람들은 뒤쪽에 다닥다닥 붙어 20대 청년들의 5분 프리젠테이션을 경청했다. 발표자들은 모두 티셔츠 차림이었고 듣는 쪽은 주로 양복 차림이었다. 어떤 팀은 소셜 커머스 아이디어를, 또 어떤 팀은 휴대폰 주소록에 개인정보를 더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을 발표했다. 스탠포드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2명의 학생은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려는데 한국에서 펀딩을 받고, 유능한 엔지니어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청년 창업가들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저녁 자리가 이어졌다. 이들의 발표를 지켜봤던 벤처캐피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벤처기업 관계자들과 청년들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오후 6시에 시작된 모임은 밤 12시가 다돼서야 끝났다. 지난달 30일 엔젤투자클럽인 고벤처 포럼이 개최한 월례 모임의 모습이다.

이날 모임을 주최한 고영하 고벤처 포럼 회장(59)은 "이런 자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고, 개발자끼리 연결되기도 하고, 대기업의 주목을 받기도 하고, 피드백을 통해 사업계획이 수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하는 사람들은 돈뿐 아니라 네트워크 회사경영 마케팅 영업 홍보 특허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네트워크가 두터운 창업 선배들이 이런 모임을 많이 주선해 새싹단계의 기업에 자양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 역시 IPTV회사를 운영했고, 하나TV를 만든 하나로미디어 회장 출신의 창업 선배이다.

온라인 소개팅 전문업체 이음소시어스도 고벤처 포럼 월례모임을 통해 데뷔했는데, 지난해 11월 서비스 개시 이후 회원 수가 최근 10만명을 돌파했다. 직원 수도 30여명으로 늘어나 사무실을 3번이나 더 큰 곳으로 옮겨야 했다. 박희은 대표(25)는 "고벤처 포럼에서 2억5000만원을 투자 받아 사무실도 구하고 회사를 시작했다"며 "고 회장 등 포럼 회원들의 네트워크 덕분에 제휴 마케팅도 가능했고, 창업해서 성공해봤던 회원들의 조언으로 회사 초기 많은 난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대기업 사고방식·시스템 통하지 않아

자금은 지원받을 수 있어도 경영은 배울 수 없어

전문가들은 "창업 선배들이 자신들의 DNA를 전수해야 초기 기업들이 실패를 줄일 수 있고,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 사이클을 돌려본 선배들은 살아있는 벤처 창업의 교본이자 코치이자,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벤처창업 컨설팅회사 넥스트랜스 홍상민 대표는 "벤처 창업은 대기업에서의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왜 시스템이 없냐고 불평해서 안되고 자신이 시스템 구축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이런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창업 선배들은 개발인력과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회사운영과정에서 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시장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명의 기술개발 인력만으로 시작한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는 네오위즈 창업자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로부터 조직과 자금관리 노하우를 전수 받았고, 또 장 대표의 도움으로 소프트뱅크 등에서 일하던 경영인력 2명과 벤처캐피탈을 소개 받았다.

창업 선배들이 아니면 아이디어나 창업 의지만 보고 투자해줄 사람도 없고, 가능성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줄 사람도 없다. 벤처캐피탈이라고 해봐야 남의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실적이 있어야 한다. 정부지원도 돈은 받을 수는 있지만 경영을 배울 수는 없다. 더욱이 벤처를 해본 사람이 아니면 초기 기업가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업모델을 발전적으로 수정하도록 독려하기도 어렵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만들다 실패한다"며 "아이디어를 시장이 원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성공해본 창업가들"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의 힘이 성공한 창업가들로부터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벤처창업 선배들, 교본이자 코치이자
투자자 확보·경영 노하우 등 성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벤처 1세대는 고영하 회장과 장병규 대표,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이니시스 창업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김범수 NHN 창업자, 이택경 다음 창업자 정도이다. 벤처 사이클이 이제 겨우 한 바퀴 돌았을 뿐인 한계 때문이겠지만 수천명의 성공 창업가들이 후배 양성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일천하다. 신중경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는 "한국경제가 일자리를 늘리고 혁신을 하려면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핵심이 바로 아이디어단계 회사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가교 역할을 선배 창업가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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