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쇼핑몰 망한 이유 있었네"…200억 '펑펑'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1.07.11 07:50

[테마쇼핑몰 몰락원인 <2>방만한 경영·부실관리]개발비는 눈먼 돈 '흥청망청'

편집자주 | 2000년대는 '테마쇼핑몰' 전성시대였다. 1996년 국내 최초 정부지정 도매센터인 '거평프레야'가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서 문을 연 후 '밀리오레' '두타' 'APM' 등의 패션몰이 줄줄이 등장하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극히 드물다. 한때 각광받는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가 폐허로 방치된 테마쇼핑몰의 명암을 짚어본다.


- 분양금의 10% 관리인에 별도 지급…사용내역 등 제재근거 없어


↑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한 역세권 테마쇼핑몰
테마쇼핑몰이 몰락한 데는 경기침체, 인터넷쇼핑몰 등장 등 외부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만한 경영, 부실관리 등 내부요인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테마쇼핑몰은 소형을 여러 개로 쪼개서 분양하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분양가도 3.3㎡(1평) 남짓한 1계좌가 5500만원에서 최고 2억원에 달한다. 엘리베이터나 출입구 인근 등 접근성이 좋은 곳, 매점 등은 이형계좌로 분류돼 다른 계좌보다 분양가가 1억원가량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테마상가는 분양대행사들이 수수료나 웃돈을 붙여 팔기도 하고 떼분양이 난무해 사실상 정해진 분양가 없이 파는 사람 마음대로"라며 "지하 2층~지상 8층, 건축면적 1800㎡ 규모의 상가가 분양금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 텅 빈 상가점포가 즐비한 테마쇼핑몰의 모습
여기에 테마상가는 다른 부동산상품과 달리 '개발비' 명목으로 분양금의 10%가 추가로 붙는다. 시공사나 시행사가 아닌 관리인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시설홍보비, 영업활성화, 상가관리 등에 쓰인다.

하지만 시행사가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개발비를 챙기거나 특정업체에 돈을 받고 관리권을 넘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이대 대현동 A테마쇼핑몰의 개발비 사용내역을 입수한 결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총 182억원의 개발비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내역을 보면 △인테리어비 45억2300만원 △광고 및 홍보비 22억4500만원 △개점준비비 16억1900만원 등이 지출됐다. 이 쇼핑몰에 설치되지 않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과 경관조명비에도 3억6000만원이 쓰였다.


A테마쇼핑몰의 한 분양자는 "관리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눈먼 돈이 많다보니 멀쩡한 바닥타일을 부수고 다시 붙이거나 리베이트를 받고 부실업체를 선정해 날림공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광고와 개점준비에만 40억원이 들었는데도 개장 당시 임대가 마무리되지 않아 썰렁할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분양·관리시스템을 제재할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상가는 집합건물법 제29조에 의해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3 이상 찬성을 얻은 관리규약에 따라 운영토록 돼 있다.

하지만 분양자가 관리회사를 선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가분양 관계자는 "미리 지정한 관리업체가 명시된 개발비 규약서에 서명해야 분양계약서를 내준다"며 "이렇게 서면합의를 받아야 나중에 관리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표준화된 계약서가 없어 상가마다 개발비 규약도 제각각이다. 분양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동대문 B테마상가의 개발비 규약서를 보면 개발비를 연체할 경우 연 17%의 요율을 적용해 연체료를 개발비 원금보다 먼저 납부해야 하고 전액 납부하지 않으면 입점이 불가능하게 해놨다.

↑ 운영 중인 한 테마쇼핑몰 내부. 곳곳에 폐업 중인 점포가 눈에 띈다.
개발비가 상가활성화가 아닌 분양수수료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횡령죄를 적용, 민사상 손해배상 및 반환청구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법무법인 송진의 이기호 변호사는 "분양자는 100여명씩 대규모로 모여 의견을 조율하고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데다 악덕 관리회사가 분양자의 동의서나 지출내역을 조작한 경우 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승소하기 힘들다"며 "상가의 분양가 산정, 분양 절차, 관리 등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법으로 정비하고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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