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팝' 열풍과 포니 자동차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11.07.08 07:12
"K팝 열풍을 보면 포니가 떠올라요"

얼마전 만난 유명 작곡가 A씨가 한 말이다.
'포니'(Pony)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국내 첫 고유모델로 한국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합자회사 형태로 생산하던 포드와 결별하고 100% 국산차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부품을 받아 조립완성차를 생산하던 데서 탈피,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기술력의 한계로 이탈리아 기업에 디자인과 설계를 의뢰했고, 엔지니어 5명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어깨너머로 도면을 보면서 공부했다. 1976년 탄생한 포니 덕에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의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A작곡가는 K팝의 제작 시스템을 포니와 비교하며 '국산화율'이 몇 %나 될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K팝 열풍이 거세다지만 실상 노래와 춤은 모두 외국에서 들여왔다는 것이다.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와 포니를 만들었듯, K팝은 아직 조립공정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팝을 대표하는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유명 작곡가가 만든 음악과 해외 안무가가 만든 춤에 한국의 '프로듀싱'을 더해 음악을 완성한다.
소녀시대의 '훗'은 덴마크 작곡가들이,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이 참여했다.
아직 K팝이 유럽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못된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K팝을 접한 일부 10~20대 젊은이들만의 문화라고 K팝 열풍을 평가절하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K팝은 자동차로 따지자면 아직 국산화율이 50%도 안되는 포니수준이고 '시장 점유율'은 거론하기도 힘든 단계이다.
하지만 30여년전 껍데기만 국산이던 한국차는 이제 국산화율이 97%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4000원대였던 에스엠의 주가가 불과 1년 반 만에 6배가 넘는 2만 54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것도 '포니신화'를 K팝에서 재현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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