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11 차례 출장길에 올라 170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이동거리만 21만㎞에 달한다.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다. 110명의 IOC 위원 중 만나지 않은 위원들이 없을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날 눈시울이 붉어진 이 회장을 부축하며 그의 옆을 그림자처럼 지킨 인사가 있었다. 이 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대한빙상연맹회장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43)이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38)의 남편인 김 사장은 이건희 위원이 국제 스포츠계의 리더나 각국 IOC 위원을 만나 물밑접촉을 시도할 때마다 수행하며 곁을 지켰다.
김 사장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세간에 비교적 덜 알려진 김 사장이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된 것이다. 삼성그룹이 후원하고, 그룹 인사가 이끌고 있는 경기단체 중 오너 일가 단체장은 김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2008년 작고한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00년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과 결혼해 2002년 제일기획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3)과는 동갑이다.
미국 웨슬리언대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국제정치학석사, 스탠퍼드대 MBA를 거쳐 지난 1996년부터 미국 유수의 경영컨설팅 기업 및 이베이 등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해외파다.
특히 스포츠 전반에 걸쳐 해박하며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세련된 매너와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이 이 회장이 사위인 김 사장을 스포츠 활동분야에 발탁한 이유라고 업계에선 분석했다.
이번 유치전에서 김 사장은 조용히 이 회장을 수행하며 큰 힘을 보탰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10년 숙원을 푼 이 회장은 앞으로 김 사장을 스포츠 활동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이 회장이 IOC 위원에서 물러날 경우 김 사장을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1996년 IOC 위원이 된 이 회장의 뒤를 김 사장이 이어 받아 한국 스포츠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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