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약가인하 악순환의 덫에 빠질까?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1.07.06 10:48

오리지널·제네릭 동일약가, 적정가격제…지속 약가인하 불가피

소문만 무성했던 정부의 약가인하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약과 제네릭(복제약)의 약값을 일괄적으로 인하하고, 최종적으로는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의 약가를 동일하게 받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비싼약은 시장경쟁력을 잃게 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이 같은 약가인하방안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약가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약가인하정책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정부는 이미 기등재약재평가, 시장형실거래가 등의 약가인하 정책을 펴고 있다.

만일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약사의 2013년 매출은 2010년 매출 대비 최소 30%는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위원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는 6일 오전 복지부에서 제4차 전체위원회를 개최하고 약가인하와 관련한 정부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복지부안에 따르면 특허가 끝난 오리널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값이 지금보다 10% 정도 더 인하된다. 현재는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의 보험약가가 등재되면 오리지널 약값을 기존의 80%,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68%를 인정하고 있다.

인하폭과 적정가격 산정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은 기존의 70%, 제네릭은 56% 수준까지 우선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특허가 끝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오리지널약과 제네릭 모두 기존 오리지널 가격의 50% 수준에서 동일한 약값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제네릭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약값을 자진 인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제네릭이 오리지널약과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리지널보다 제네릭의 가격이 20% 낮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제네릭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등을 통해 오리지널과 통계학적으로 약효가 동등함을 입증했다고는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라면 굳이 제네릭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처방에 대한 대가로 뒷돈을 주던 리베이트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결국 제네릭 약값을 오리지널약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진인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만일 오리지널 약값을 내리면 제네릭은 더 낮은 가격으로 자진 인하해야 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추진되고 있는 적정기준가격제 (가칭)도 약가 인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적정기준가격제는 동일성분 또는 동일효능 의약품에 대해 보험급여액(적정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보다 비싼 약 사용 시 초과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예컨대 A성분의 약은 1000원이 적정하다고 정했는데, 환자가 A성분의 약을 1500원짜리 처방받으면 500원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000원보다 비싼 약은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결국 오리지널도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약가를 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오리지널약보다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네릭은 자율적으로 정부가 정한 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낮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정부가 기준가격을 새로 정해 더 내리게 되면 제네릭의 약값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가지 약가인하정책을 동시에 펴게 되면 제약사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단기간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국내 제약 산업이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 시장 규모]
↑ 자료 : 한국제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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