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찰이 민생치안 강화를 목적으로 설치한 치안센터가 도심 속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구대나 파출소와 공조해 국민들에게 보다 신속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부활한 치안센터들이 실효성 문제로 잇따라 폐쇄 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민생침해범죄가 증가하고 이른바 '강호순 사건' 등 강력사건들이 속출하면서 주민 불안이 커져 치안센터를 부활시켰다.
시행 초기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지역에 253개소의 치안센터를 설치하고 주간에 상주 경찰관을 배치해 업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행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당수 치안센터가 문을 닫았고 이 같은 추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은 하루에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10시간 동안 근무를 서며 일과 시간 중 절반은 관내 순찰 등 외근업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치안센터 운영시간 중에 급한 용무가 있어 찾아가도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잦다.
경찰은 치안센터에 24시간 경찰관을 상주시키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상시 치안센터 입구에 설치된 SOS수화기로 인근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변명하지만 당초 치안센터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특히 치안센터 근무자가 단 1명뿐이어서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결국은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센터 근무자들의 볼멘소리다.
서울의 한 치안센터 관계자는 "원래는 2인1조 근무였는데 지구대가 4팀 체제로 바뀌면서 인원이 부족해 치안센터 근무자가 1명으로 줄었다"며 "센터에 범죄 신고가 접수돼도 혼자서 사건을 처리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안센터장 역시 "야간에도 인원이 상주하면 좋겠지만 지구대도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06년 5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상주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치안센터를 방치해 비행청소년과 노숙자들의 아지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처럼 치안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경찰은 높아진 땅값도 파행 운영의 한 이유라고 해명하고 있다.
치안센터가 들어선 토지의 소유권이 경찰이 아니라 서울시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치안센터 건물을 헐고 나면 지자체에서 토지반환요청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건물을 헐어 토지를 반환하고 나면 나중에 치안수요가 늘어도 다시 파출소나 치안센터를 설치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동대문구의 한 치안센터의 경우 1997년 1월1일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개별공시지가가 123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1일 기준은 무려 7배가량 오른 849만원을 기록했다.
토지와 건물소유권이 모두 서울시에 있는 마포구의 또 다른 치안센터도 1997년 1월
기준으로 202만원이던 개별공시지가가 올해 1월 407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이들 치안센터를 철거하고 토지를 반환한 뒤 다시 건물을 지으려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력이 강화돼 인원이 늘어나면 현재 치안센터가 파출소나 지구대로 승격될 수도 있다"며 "건물을 계속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나중에 치안수요가 늘어났을 때 감당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워낙 서울 땅값이 비싸 한번 파출소나 치안센터가 없어진 지역에는 새로 설치할만한 곳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부 치안센터는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가 관리하기 때문에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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