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잔치집, 주주들은 초상집(?)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김희정 기자, 장시복 기자 | 2011.06.29 17:00
CJ그룹 대한통운을 얻은 대신 주주들의 마음을 잃었다?

지난 28일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그룹은 지금 잔치집 분위기다. 반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CJ제일제당과 CJ GLS의 주주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무엇보다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비상장사인 CJ GLS 뿐 아니라 상장사인 CJ제일제당에서도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이사회 결의는 없었다. 외부주주들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다.

CJ그룹에서는 무리한 인수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지난 28일 7.6% 떨어진데 이어 29일에도 6.4% 추가 하락하며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식품회사인 CJ제일제당이 왜 본업과 상관없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1조원이 넘는 돈을 털어야 하냐는 것이다.

지기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이 그동안 보유자산을 매각해 해외 바이오기업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그 자금이 비핵심사업 관련 기업 인수에 활용됐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마찬가지로 1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CJ GLS에서는 아예 3대주주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가 그 주인공이다. 지분율 18.4%로 지주회사 CJ(41.4%)와 이재현 CJ그룹 회장(23.8%)을 빼고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신한PE 관계자는 이날 "지난 27일 대한통운 본입찰 마감 직전에야 CJ GLS 측으로부터 대한통운 본입찰에 참여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전 협의도 없었고, 이사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J GLS에 투자할 당시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건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알리고 협의해야 한다"며 "현재 CJ GLS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이사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CJ GLS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증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대한통운 인수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증자를 추진한다면 참여할 수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주회사 CJ의 성용준 재무팀장(상무)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한PE 측과는 앞으로 계속 대화를 해 나갈 것"이라며 "극단적인 경우 신한PE의 지분을 다시 CJ가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한PE 관계자는 "지분을 CJ그룹 측에 되파는 것을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당초 기대한 수익률을 올리기에는 아직 기업가치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PE는 지난 2007년 CJ GLS에 출자해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CJ GLS의 상장 이후까지 기다려 충분한 차익을 실현한다는 전략이었다.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CJ그룹과 같은 지주회사 체제의 기업집단은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가 한 회사에 출자해 계열로 편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단 자회사들만 5대 5 등 같은 비율로 출자하는 것은 허용된다.

CJ그룹이 당초 예비입찰자였던 지주회사 CJ 대신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GLS 만을 본입찰에 참여시킨 것은 이 같은 법적 규제 때문이었다. 지주회사 CJ 단독보다 CJ제일제당과 CJ GLS 두 곳의 자금여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따라서 CJ제일제당과 CJ GLS가 대한통운을 적법하게 인수하려면 똑같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CJ그룹의 대한통운 총 인수대금이 2조원을 웃돈다는 점을 고려할 때 CJ제일제당과 CJ GLS 모두 각각 1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CJ GLS의 지난 3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6억원에 불과하다. 차입여력을 가늠하는 잣대인 영업 현금흐름(EBITDA)도 지난해 391억원에 그쳤다. CJ GLS는 최근 은행권에서 증자를 통한 상환을 약속하고 약 6000억원 규모의 차입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CJ GLS의 현 재무상태와 연간 EBITDA 등을 고려할 때 6000억원의 차입금을 갚으려면 증자가 불가피하다"며 "주식가치 희석 뿐 아니라 이자 부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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