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것은 뺐는데, DTI가 눈에 띄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11.06.29 15:00
꼬박 6개월 걸렸다. 막판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가계부채 대책'이 세상에 나왔다. 29일 발표된 대책의 공식 명칭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연착륙'이란 말에서 정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대책뿐 아니라 대책에 따른 '충격'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가계부채의 연착륙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만든 방안은 강했다. '총량 규제'에다 예대율(100%)을 낮추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정부 내 협의 과정에서 한발 물러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리를 하는 쪽에선 강한 규제가 좋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충격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대책의 필요성과 내용에 이견은 없었지만 꼭 지금 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대책의 수위가 조정됐다. 가계 부채 상황이 "아직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이라는 판단에서다. 방향도 증가 속도, 취약한 대출 구조 등 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쪽으로 잡았다.

그렇다고 약한 것들만 나열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 '용두사미' 등의 평가를 하지만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금융권 가계 대출을 묶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미 나온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에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키로 한 대책에다 상호금융사 대출 한도 규제도 추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 가계 대출이 가계 부채 증가의 주요인이었다"면서 "은행 기준으로 보면 큰 규제가 아니지만 2금융권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을 옥죄는 대책도 적잖다. 예대율을 하향 조정하는 안은 빠졌지만 대신 100% 준수 기한을 당초 2013년말에서 내년 6월말까지로 1년6개월 줄이기로 했다. 예대율이 100%를 넘는 하나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00% 미달 은행도 관리 부담이 커졌다.


또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높여야 한다. 은행 스스로 자체 계획을 세우면 감독당국이 이를 점검하는 식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일시상환+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이 80%이고 변동금리 비중은 90%를 넘는다. 은행 입장에선 신규 대출중 40% 이상을 고정금리·비거치식으로 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증빙자료를 내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는 수도권에서만 소득 관련 자료를 내고 있는데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7% 정도만 해당된다. 나머지 3/4는 소득 파악을 하지 않은 채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환 능력을 확인하고 대출해야 부실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DTI 부활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금융당국은 이런 시선이 부담스런 눈치다. 가뜩이나 침체인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을 만들면서 부동산 시장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민 금융에 미칠 영향도 금융당국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예컨대 2금융권 대출 억제로 서민이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이나 햇살론 확대, 금리 수수료 인하 등 서민 금융 대책을 함께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강 대책'도 뒤편에 첨부했다. 이번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강한' 대책을 쓰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가계대출이 5년간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으면 준비금을 적립하는 방안이 여기 포함된다. 만기 연장 관행 개선 등 은행에 '직접적' 조치를 취하는 내용도 남아 있는 '센'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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