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 직경 700㎞에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75m에 이를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해수면보다 낮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망·실종자만 2541명이나 됐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조절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표적인 것이 태풍 주변에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AgI)을 뿌리는 방법이다. 요오드화은을 빙핵(氷核)으로 하는 비구름을 태풍 주위에 만들어주면 ‘태풍의 눈’으로 수증기가 모여드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미 해양대기국(NOAA)이 실험에 나섰지만 아직 최종적인 성공 판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의 세기가 일시적으로 약해졌지만, 바깥쪽에 생성된 비구름이 태풍의 눈으로 빨려들면서 태풍이 다시 제 모습을 찾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파도의 힘을 이용해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려 태풍 한가운데 표층수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있다. 지름 1m, 길이 500m의 플라스틱 관을 이용하는데, 플라스틱 관 바닥에는 관이 아래로 내려갈 때만 열리는 밸브가 달려 있다. 파도의 힘으로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과정에서 차가운 심층수만 플라스틱 관으로 들어가 표층으로 펌핑된다.
핵폭탄을 터뜨려 태풍을 잠재우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 가능성 때문에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태풍이 한두 개의 핵폭탄에는 꿈쩍도 안 할 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태풍 한 개가 품고 있는 에너지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400개와 맞먹는다.
날씨 조절 기술 중 인공강우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2월 극심한 겨울 가뭄이 계속되자 750만 위안(약 12억8000만원)을 들여 산시(山西)·산둥(山東)성 등에서 인공강우 작업을 실시해 비와 눈을 내리게 했다. 중국은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 주변 지역 하늘에도 요오드화은을 뿌린 적이 있다. 비구름이 베이징 상공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한 것이다.
러시아도 매년 6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를 위해 비구름 제거 작업을 한다.
국내에서는 국립기상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강원도 대관령에서 인공강설 실험을 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수도권에서 염화칼슘(CaCl2)을 비구름에 뿌려 평택과 안성에 1~2㎜의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기상연구소 이철규 박사는 “한국에서는 주로 봄에 가뭄이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에 증설(增雪)실험으로 눈을 늘려 봄에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날씨 조절 기술이 당장은 비현실적이고 공상과학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상청 박정규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태풍의 진로를 바꾸는 등 대규모 날씨 조절은 국제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 90년대 세계기상기구(WMO)가 윤리강령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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