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결정적 순간' D-1, 정치권도 소용돌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06.28 16:36

야당 긴축안 반대…여당 이탈표·부동표에 촉각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그리스 의회가 국제사회 추가지원의 선결조건인 재정긴축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 찬반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27일(현지시간)부터 정부의 긴축안에 대해 심의를 개시, 29일 표결을 실시한다. 긴축안이 통과될 경우 30일엔 민영화를 포함해 이를 실행할 구체적 법안을 심의, 역시 표결에 부친다.

이틀에 걸친 중요한 표결이 모두 가결되면 그리스를 포함한 EU 재무장관들은 다음달 2일 회동에서 마침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여기까지가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긴축안이 부결되면서 EU와 IMF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을 거부,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표결을 그리스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적 순간'으로 보는 이유다.

◇"불공평해도 불가피"…애국심 호소=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27일 의회 심의를 시작하면서 애국적 양심에 호소, "불확실성의 시대를 끝내고 새롭고 건전한 출발을 향한 문을 열자"며 긴축안 가결을 요구했다.

신임 재무장관인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는 "지금부터 시작해 늦어도 올 여름이 끝날 때까지는 파트너들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당 내 계파 수장이기도 한 베니젤로스 장관은 새 긴축안이 일정 부분 불공평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로선 여론 부담이 크다. 여러차례 격렬한 시위를 벌인 노동계는 28~29일 48시간 파업에 다시 돌입했다. 일부 국민들은 아테네 의사당 앞 광장에서 수일째 긴축안 반대 노숙을 이어가고 있다.

의회 내 표 계산도 쉽지 않다. 여당인 사회당은 300석 의회에서 155석을 차지, 10석 가량의 불안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자칫 야권이 긴축안 반대에 뜻을 모으고 여당에 이탈표마저 발생할 경우 긴축안은 물건너간다.


제1 야당인 신민주당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추가 감세를 요구하며 긴축안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당 내부에서도 긴축안 반대론이 감지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회당 의원 중 최대 4명이 긴축안 표결시 반대를 검토하고 있다. 또다른 여당의원 알렉산드로스 아타나시아디스는 정부의 국영 전력회사 지분을 줄이는 민영화 방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이탈표 걱정…부동표 관건= 이런 가운데 입장을 정하지 못한 소수 의원들의 부동표가 긴축안 처리에 변수로 떠올랐다. 신민주당 여성 의원인 엘사 파파디미트리우는 당론과 달리 긴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파 정부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도라 바코야니스 민주동맹 대표는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동맹은 의원이 5명뿐인 미니정당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이처럼 혼란스런 정치 지형은 그리스 국론을 분열시켜 채무위기를 악화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긴축안 통과 전망이 더 어두워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조심스런 긍정론도 있다. 긴축안이 부결되면 파국으로 이어지므로 긴축안을 수용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정치전문가 바비스 파파디미트리우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나는 '예스'(가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파판드레우 총리의 정치력이 거의 소진된 것같다"며 "오는 10월 예산안 표결 이전에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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