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실패'가 덧나지 않으려면

머니투데이 성화용 머니투데이 더벨 편집국장 | 2011.06.28 08:00
경영자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고통과 상처가 두려워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실패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뛰어난 경영자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신의(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을 명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드러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하다.

요즘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도미노 피자. 패트릭 도일 CEO는 지난해 미국 전역으로 나가는 TV 광고를 통해 도미노 피자의 실패를 처절할 정도로 솔직하게 인정했다. 광고속의 도미노피자 고객들은"도미노 피자의 도우는 그저 그래.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즉석 피자가 훨씬 맛있어"라고 말한다. 또"도미노는 다시 시작해야 해"라고 제안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어 광고는 도미노 피자가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피자를 찾기 위해 수십개의 치즈, 15가지의 소스, 50여가지의 양념과 도우로 수백개의 피자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결국 그들의 피자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핵심 제품을 다시 만든다는 것을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한번쯤 맛보라고 권하는 이례적인 소통 방식을 통해 성공을 일궈낸다. 대중들은 회사가 (모두가 아는) 실패를 인정한 것에 신뢰를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다시 도미노 피자를 맛보기 시작했다. 도미노는 매출이 늘고 이익은 두 배가 됐다.

실패에 대처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업뿐 아니라 정치, 사회, 종교 모든 집단에서 그렇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뉴타운 사업 실패를 지난 주 처음으로 인정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5년만이다. 그 동안 11개 시, 23개 뉴타운 지구가 지정됐고, 이중 3곳은 지구가 해제됐다. 다른 10개 지구도 사업이 취소될 움직임이다. 이쯤 되면 실패를 자인하는 게 너무 늦었다. '먹튀 행정' '뺑소니 행정'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동안 투자된 돈과 에너지, 기회비용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2008년 브라질 17개 주에서 뎅기(dengue)열 환자가 급증했다. 상반기에만 관련 사망자수가 150명에 달했을 정도. 당시 조제 고미스 뗌보렁 보건부 장관은 연방 정부가 뎅기열 퇴치에 실패한 것을 과격하게 인정했다. "실수가 있었다. 정부가 실패했다. 이 실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기 비평을 통해 이를 수정해야 한다. 만약 각자가 제 역할을 못하면 내년에는 더 큰 유행병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브라질은 뎅기열 퇴치를 위해 연방정부 산하에 대규모 전담조직을 만들고 주정부를 독려해 유행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구제역 대유행 초기에 정부가 이런 통렬한 자기 반성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외환은행 인수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에도 비슷한 조언을 하고 싶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했다. 리더그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지가 남아있으며, 해내고 말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객관적이며,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하나금융은 일단 실패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그 시점에 그렇게 터질 줄 몰랐다. 공무원들의 무책임, 무소신이 이처럼 극단적인 복지부동으로 드러날 지도 몰랐다. 이와 별개로 외환카드 문제와 론스타의 산업자본 논란이 사법적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실패를 인정한 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과 '진행중'으로 남겨 두는 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짧게 보면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과 책임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만, 길게 보면 그게 훨씬 싸다. 개인에도 조직에도 모두 그렇다.

실패 사례는 밝은 책상위에 꺼내놓고 세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그 상처가 쓰라려도 그렇게 해야 덧나지 않는다. 뜻박에도 그 쓰라림이 통쾌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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