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뉴욕에 오던 날…또 하나의 'K-pop'?

머니투데이 뉴욕= 강호병 특파원 | 2011.06.25 04:43
"이제 월가에 새로운 선수(New player on the Street)가 왔다"

전광우 국민연금기금 이사장은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뉴욕사무소 개소식 개막연설에서 이같이 운을 뗐다. 그의 표현대로 좁은 국내시장에서 ‘연못속 고래’였던 국민연금이 이제 처음 너른 바다로 나와 본격적인 게임(투자, 수익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 담긴 말이다. 그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덩치 큰 국민연금이 국내에 머물러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라며 "적절한 해외투자로 분산투자의 효과를 살릴 단계"라고 강조했다.

국민염금 개소식에 참석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세번째 부터), 전광우 이사장,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 등이 기념촬열을 하고 있다.

월가의 호응도 뜨거웠다. 씨티그룹 비크람 팬디트 회장겸 최고경영자(CEO), 사모투자펀드 칼라일 그룹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골드만삭스 개리 코헨 부회장, 피셔 인베스트먼트 CEO이자 포브스지 칼럼니스트 켄 피셔, 뱅크오브뉴욕 멜런 밥 켈리 회장겸 CEO 등 월가의 내로라하는 인사 200여명이 개소식 현장을 빼곡히 메워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홍콩에 있는 아시아본부 대표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성의를 보였다.

이들은 국민연금 뉴욕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생긴 것을 일제히 환영하고 더 깊은 거래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행사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냈다는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월가 주요 금융인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으며 개소식을 갖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귀빈으로 초청된 팬디트 씨티 회장은 "대형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뉴욕에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국민연금기금이 글로벌 톱으로 성장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연금기금과 수탁업무 등으로 사업관계를 갖고 있는 BNY 켈리 CEO는 "국민연금은 이미 우리회사의 훌륭한 파트너"라며 "국민연금이 더 나은 운용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이러한 월가의 환대에 대해 "운용자산 규모가 340조원으로 세계 4위 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글로벌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을 바꾸면 돈줄을 쥔 국민연금은 월가에서도 확실한 '갑'이라는 의미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또 하나의 Kpop(한류)”이라며 살짝 흥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참석자들 한켠에서는 어두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늘 ‘을’의 위치에 섰던 자들로서 갖는 부러움과 질시만은 아닌듯 했다. 한국계 한 금융인사는 "돈을 쥔 자가 '갑'이 되는 월가의 냉정한 생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협력관계에서 월가의 '밥'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성을 키워야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전 이사장 역시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개소식이 끝난 후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안정투자"를 기조로 "적극적으로 하되 공격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갑'이라고 해서 협력관계를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갑의 입장에서 제대로 협력관계를 만들려면 제대로 공부해서 전문성을 키워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첫 해외거점인 뉴욕사무소가 정보 전초기지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이사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고급 투자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기회를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홍콩, 런던 등 주요 국제금융허브에 사무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한편 전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헴슬리 빌딩 매입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뉴욕 입성에 맞춘 국민연금의 첫 성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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