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가계부채, 금리 인상만이 해결책이다

머니투데이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 2011.06.21 10:20
가계부채가 드디어 1000조원을 돌파했다. 들리는 말로는 '초강수'나 '특단의 조치'라고 할 만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뜻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시작은 아마 2009년 말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었다. 주택가격도 서브프라임 이전 수준을 넘어선데다 그만큼 가계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또한 시중에 풀려나가는 돈이 당장은 아니지만 종국에는 물가를 자극하게 될 것도 분명했다.

그래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고 또 과잉통화를 조금이라도 억제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리를 한두 번 정도 인상해서 가계의 차입에 의한 부동산 투기심리에 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금리인상 때문에 경기가 죽을 것이 우려된다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투자를 늘려서 보완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정부 재정이 건전한 축에 속해서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경기가 좋아지면 흑자재정을 편성해서 나라 빚을 갚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적자재정과 함께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모든 카드를 동시에 뽑아들었던 것이다. 물론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된 국가가 되었고 2010년까지 2년 동안은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대가를 치를 때다. 4%대 물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서 자칫하면 경제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제는 늘어난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변동금리에 치우친 대출구조를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한다거나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들이 주요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런 대책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본질의 맥은 영 놓치고 있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인데 처방은 대출구조 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조를 건전화해도 대출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결국 금리를 정상화해야 가계대출 문제가 해소된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잡을 수 없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신용 가계의 부실화 문제는 소득 정도를 기준으로 채무탕감, 상환유예, 금리감면 등 보완대책을 시행하면 된다. 가계 대출 부실화가 무섭다고 끌려가는 정책을 써서는 문제만 더 키우게 된다. 지금이 정공법으로 돌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출구조 건전화 대책은 가계대출이 늘어날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 난 다음의 문제다. 물론 두 가지 대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대책이 없이는 절반의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는 말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리스크관리다.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충분한 충당금을 쌓도록 감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단기 가계대출을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장기 모기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늘어나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세제지원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성장률'에 정책 목표를 둬왔다. 그런 정책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률에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내수와 외수 간의 양극화, 물가급등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쳐 있다. 성장률을 추구하면 할수록 경제는 더 망가져갈 것이다. 이제는 성장률 목표를 과감히 버리고 경제안정화에 모든 정책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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