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교수 출신인 부인 오가실씨는 울란바타르대 초대 간호대학장을 맡아 지난 달 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의사만 있지 간호사는 거의 없는 척박한 의료환경에서 나이팅게일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경영컨설팅회사를 경영했던 안씨는 이 대학 출판문화원장을 맡아 세계고전문학을 출간하고 있다. 징키스칸밖에 몰랐던 몽골 젊은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드높이고 있다. "늙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서라도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며 그 성과를 즐겨야 합니다." 몽골 이주 후 이들은 나이를 잊어버렸다.
내년이면 칠순인 이보규씨는 억대 연봉자이다. 36년간 서울시 공무원을 하는 동안에도 이만큼 벌어본 적이 없다. 지금 이씨는 자기계발과 창업 분야에서는 유명한 강사이다. 강의요청이 쇄도해 그 수입만 연 1억원이 넘는다. "2002년 은퇴하고 나서 10년 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죠. 독학으로 공부하고, 매일 저녁마다 강연 준비하고… 돌이켜보면 첫 직장에서의 10년과 은퇴 후 10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둘 다 새 출발이니까요." 은퇴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그림이 그려졌다.
◇ 55세 기준 남자 33년, 여자 37년 더 살아
통계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생존자들의 평균수명은 예전보다 대략 10년씩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으로 '100세 시대' 연구를 진행중인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학발전을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하기란 어렵다"면서도 "현 생존자들은 근래 사망한 사람들보다 10년씩은 더 살 거라는 게 학자들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통계청도 지난해말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사망원인이 급격히 감소한다면 55세 남자의 경우 2009년 사망자보다 8.3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33.4년을 더 살고 88~89세 생일상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998812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만 아프다 죽자)'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평균수명 연장이 의미하는 핵심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기간이 더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10년은 이때까지 우리 선배 세대들이 누려보지 못했던 황금기의 보너스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이 보너스를 새 인생의 밑천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 박명호 교수 등 100세시대 연구진이 지난해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평균 70.49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의 황금 보너스를 어디 쓴지도 모르게 줄줄 새나가게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이다.
◇ '베테랑' 60대 400만명 경제활동 참여땐
노인부양 부담 줄어 고령화 극복 열쇠
2010년 현재 우리나라 60대는 399만4000명. 이들 대부분이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된다면 우리나라 노년부양비는 15.6%에서 9.9%로 낮아진다. 일하는 세대 100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 노년 세대가 15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다는 얘기이다. 나이 먹었다고 짐으로만 인식될 이유도 없고, 나라 재정에 부담만 줄 거라는 우려도 줄어든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은퇴자들에 대한 교육 인프라가 강화돼야 하는데, 그 교육은 젊었을 때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만드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또한 은퇴자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숫자로만 보면 10년 더 사는 건 분명 고령화이다. 그러나 이 10년이 새로운 업(業)을 만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면, 그건 오히려 저령화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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