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예술단은 음악을 통해 장애인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안마사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이곳을 방문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 한 후 예술단을 직접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타악 앙상블 연주단. 이 대통령은 연주를 듣고는 일반인들도 연주가 쉽지 않다는 마린바라는 악기를 연주한 전경호씨에게 "천재성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 대통령은 장소를 이동해 소년소녀들로 구성된 빛소리 중창단을 보고는 "지난번 공연 때 봤다"면서 단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가장 나이 어린 한 소녀 단원에게는 "너 굉장히 이쁘다는 거 알고 있어? 세계 최고 미인이야~"라고 격려했다.
중창단은 이 대통령에게 '거위의 꿈'을 들려줬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감동적인 멜로디에 일부 참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신체장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서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선율 하나라도 놓칠세라 손을 귀에 갖다 대고 집중해서 들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도 덕담이 오갔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직장을 갖고 결혼까지 했다는 한 단원의 얘기를 듣고는 "장하다"며 토닥였다.
마지막에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예술단 관계자가 이 대통령에게 전용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다. 일종의 민원성 부탁을 한 셈이다. 대통령의 답변이 궁금했다. 조금 전 단원들과의 감동적인 장면 등을 생각하면 딱 잘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저 보다는..담당하는 교육문화수석이 어디 계실텐데.."라며 주위를 둘러본 뒤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갔다. 검토 없이 즉석에서 답할 수 없는 대통령의 고민이 느껴졌다. 예술단 관계자는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다.
모든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탁을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리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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