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실종'에 군침 흘리는 '늑대' 주의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1.06.19 09:00

[출동!사건팀]'노출의 계절'에 건네는 일선 경찰관들의 당부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한모씨(25)는 주말인 18일 오전 옷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낮 최고기온 31도 예보. 유난히 일찍 찾아온 더위에 저절로 '핫팬츠'에 손이 갔다. 그러나 뉴스에서 접한 성범죄가 떠오르자 마음을 바꿨다.

한씨는 "날도 덥고 최신 유행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 핫팬츠를 입으려 했지만 귀가길이 걱정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벗어둔 청바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노출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올라가는 수은주에 비례해 여성들의 옷차림도 날로 가벼워지고 있다.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은 '마이크로 핫팬츠', 의도적으로 속옷을 보여 섹시함을 강조한 '시스루 룩(see through look)'이 유행인 올해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한층 더 과감해졌다.

최근에는 '하의실종'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입가에 오르내리면서 '여성의 노출'을 강조하는 패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고민을 토로한다. 시원하고 맵시있게 노출 하고 싶어도 혹시나 성범죄의 표적이 될까봐 주저하게 된다. 지난 17일 20∼30대 여성이 주 회원인 한 커뮤니티에는 노출과 성범죄가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범죄를 현장에서 접하는 일선 경찰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 유흥가 밀집 지역에선 개연성 '충분'
경찰관들의 대답은 엇갈렸다. 유흥가가 밀접한 지역의 경찰관들은 노출이 성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의 특성상 여성의 노출이 이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지구대 경찰관은 "성범죄는 주로 18세∼30대가 저지르는데 이들이 많이 모이는 유흥가에서는 노출이 심한 의상이 충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성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오는 사람들 대다수가 '야한 의상을 보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다"며 "피해자도 노출이 심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민소매 의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흥가가 밀집한 홍대 인근 성범죄 발생건수는 인근 주택가보다 10배가 넘게 많다"며 "다른 요인이 물론 있을 수 있으나 홍대 여성과 주택가 여성의 노출 정도 차이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의 노출이 성범죄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더라도 '개연성'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찰관은 자신의 직관상 '6월15일부터 7월15일'까지는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며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경험상 이 기간에 1년 성범죄의 40%가 발생한다"며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의 노출도 본격적으로 심해지고 냉방을 가동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두는 경우도 많아 성범죄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흥가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지역 경찰관들은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강력범죄인 강간은 노출여부와 상관없지만, 성추행은 관련 있다는 얘기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강간은 계절을 안타는 범죄이기 때문에 여름이라고 강간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여름철에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성추행은 많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 주택밀집지역 "노출과 성범죄는 관련 없어"
반면 주택가를 주로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노출과 성범죄는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통계상 여름에 성범죄가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유가 여성의 노출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관은 "성추행은 범죄자의 성향의 문제이지 날씨나 피해자의 노출 정도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년 중 성추행 사건이 많이 터지는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연쇄 성추행범이 나타나는 등의 특수한 경우 일뿐 계절적으로 여름이라 성범죄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도 "요즘처럼 노출 패션이 일반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딱히 노출 때문에 범죄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름에는 술도 자주 먹게 되고 ,밤에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 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히 (성범죄도)늘어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그래도 여름에는 성범죄 빈발 '주의'
경찰관마다 노출과 성범죄에 관해 의견은 엇갈리지만 그래도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하면 성범죄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지난 2월 서울 서부지검 성폭력범죄대응센터에서 2010년 한해 동안 법원에 재판 청구한 성폭력사건 110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 성폭력사건은 늦봄에서 여름사이에 발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아울러 낮보다는 밤에 성범죄가 일어나는 비율이 높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은 30대에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범죄 월별 발생 빈도는 △1월 4건(3.6%)△2월 5건(4.5%)△3월 3건(2.7%)△4월 12건(10.9%)△5월 11건(10%)△6월 13건(11.8%)△7월 8건(7.2%)△8월 13건(11.8%)△9월 8건(7.2%)△10월 10건(9.0%)△11월 5건(4.5%)△12월 6건(5.4%)의 분포를 보이고 있어 늦은 봄과 여름에 발생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부지검은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늦봄에서 여름철 야간에 성폭력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점에 유의할 것△ 성폭력범죄는 장소를 불문하고 일어나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 것△인터넷 등을 통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음료수를 무심코 받아 마시면 위험 △주변에 인터넷에서 신상이 공개된 성폭력범죄자가 있는 지 살펴볼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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