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를 어디서"...증권사 '프라임브로커' 증자 비상

머니투데이 임상연, 권화순 기자 | 2011.06.19 09:59

최소 자기자본 3조원 이상 가닥...상위 10개사 모두 부족, 증자등 고심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를 준비 중인 대형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2조원으로 예상했던 프라임브로커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이 정부당국의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의지로 3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자본 2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대우, 삼성, 현대, 우리, 한국투자증권 5곳에 불과하다. 3조원 이상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결국 프라임브로커 인가를 받기 위해선 대부분의 증권사가 유, 무상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선 자본을 2배 이상 늘려야 해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라임브로커 자기자본 3조는 돼야"

금융위원회는 16일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프라임브로커는 대형증권사에 한해서만 허용할 방침을 정했다. 최소 자기자본 요건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란 헤지펀드에 대해 유가증권 대여, 자금 대출, 청산 및 결제, 펀드 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이익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는 자기자본과 위험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형화가 필요하다"며 "어차피 여러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위권 대형증권사는 올 해 수익으로 자기자본을 3조원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확정은 안됐지만 작년말 기준으로 2조원 이상인 곳들은 프라임브로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 10개 증권사의 지난 3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대우증권이 2조8596억원으로 가장 크고, 삼성증권 2조7945억원, 현대증권 2조6890억원, 우리투자증권 2조6284억원, 한국투자증권 2조4230억원 순이다. 또 신한금융투자 1조9288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8996억원, 대신증권 1조7068억원, 하나대투증권 1조5080억원, 동양종금증권 1조4097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프라임브로커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이 3조원 이상일 경우 상위 10개사 모두 증자나 대주주 현물출자 등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대우, 삼성, 현대, 우리, 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는 증자나 출자 없이도 올해 이익으로 어느정도 자기자본 요건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한, 미래에셋, 대신, 하나대투, 동양종금증권 등 5개사는 올해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이상 자본 확충에 나서야만 프라임브로커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낸다면 상위 5개사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며 "회사마다 자본확충을 고민하고 있지만 프라임브로커를 포기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증자 등 고민...수익·주가부담 우려도
5000만원 이상 추가 자본이 필요한 증권사들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자본을 2배 이상 늘리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만약 성사 되더라도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감을 짊어져야 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결정되면 그에 맞춰 준비할 것이고,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사안이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연결기준 채택 여부 등의 변수가 있고, 윤곽이 나오면 그룹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나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본확충 여력이 크다. 필요할 경우 지주사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고, 후순위채권 발행 등의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 동양종금증권은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로 주가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부담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새로운 수익원이고 진입장벽이 높아 중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의 경우 일부 증권사는 단기적으로 물량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한다고 당장 수익이 날지도 의문이다. 한 중형 증권사 임원은 "증자를 위해 기존주주를 설득하려면 연 10% 이상 수익이 나야 할 것"이라면서 "초기 단계에서 1조원을 모든 헤지펀드에 빌려줄 수도 없고, 아무하고나 거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정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증권사끼리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서로 업무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 증권사가 M&A를 통해 자기자본을 끌어올리고, 프라임브로커리지로 신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 "일부는M&A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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