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사…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명 의미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1.06.21 13:31

[머니위크]CEO In & Out/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3일 계열 건설회사인 현대엠코 정수현 사장을 현대건설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엠코 사장으로 취임한 지 1개월 반 만에 이뤄진 파격 인사였다.

앞선 5월30일 임기 3년의 마지막 해를 의욕적으로 보내던 김중겸 사장이 돌연 사퇴했다. 김 사장 퇴임의 변은 ‘그룹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현대차그룹에서 부임한 김창희 부회장과 손발을 맞춘 지 2개월이 되던 시기였다.

갑작스런 김 사장의 퇴임으로 현대건설 사장석은 당분간 공석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불과 3일 만에 합병설이 거론되고 있는 엠코의 정수현 사장을 현대건설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한 것이다.



◆입사 후 반년 초고속 승진

현대건설 신임 사장 임명이 있던 날, 정수현 사장은 엠코의 비전과 포부를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평소 ‘미디어프랜들리형’ 인물로 잘 알려진 터라 자리에서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이날 자리에서 정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인사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엠코 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 자리를 마친 뒤 회사로 돌아오는 도중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만약 그가 미리 인사 내용을 알았더라면 간담회를 취소했을 터였다.

정 사장의 엠코 사장 취임도 비슷했다. 지난 4월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전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던 조위건 전 엠코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인해 정 사장은 주택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된 지 넉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까지 합하면 반년 동안 입사에서부터 업계 1위 기업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주변 임원과의 인연

‘번갯불 인사’는 현대차그룹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지만 현대건설 사장을 공석으로 둬서는 안 된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 김창희 부회장이 건설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김창희 부회장은 20년간 제주도에서 활동한 자동차 영업 전문가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손발을 맞췄다. 김 부회장이 인수전의 ‘1등 공신’이라면 정 사장은 ‘숨겨진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현대건설의 부회장과 사장으로 있는 이들은 ROTC 선후배 사이다. 11기인 정 사장이 14기인 김 부회장보다 선배라는 점이 재미있다.

전·후임 사장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정 사장이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긴 공석을 손효원 사장이 이어 받았다. 손 사장은 정 사장과 1952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건축학과 동문이다.

정 사장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은 입사 1년차 선후배 사이다. 정 사장이 1975년, 김 전 사장이 이듬해인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손 사장(1977년 입사)까지 줄줄이 1년 간격이다.

정 사장이 건축사업본부장, 김 전 사장이 주택영업본부장으로 있던 2006년 이후 3년간 현대건설 재기의 발판이 된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키웠다. 전·후임 사장이 명가재건을 이끈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2009년에는 명암이 갈렸다. 정 사장은 퇴임을 한 반면 김 전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김 전 사장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올라서는 동안 정 사장은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2011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김 전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는 사이 정 사장은 2년 전 퇴임한 회사의 사장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인연을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떠오른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화합 이끄는 스타일


저승사자가 유독 한국 사람들을 데려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정답은 ‘성형한 사람이 많아서’다. 얼마 전까지 엠코 직원 메일에는 가끔씩 넌센스 퀴즈가 배달됐다. 정 사장이 직원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퀴즈 상품이라고 해봐야 김 사장이 주변에서 받은 공연 티켓이나 해외 출장에서 사온 커피 정도가 전부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회신을 보내온 직원이 300~400명에 이를 정도였다.

본사에서 야근을 하다가 새벽 1시에 메일을 보낸 직원부터 러시아 등 해외 지사의 현장 직원까지 답문을 보냈다. 소프트한 이야깃거리로 모든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 만의 소통방식이었다.

정 사장은 짧은 임기 동안 엠코에서 특별한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그가 엠코 사장 취임 직후 추진한 것이 ‘행복한 직장만들기 프로젝트’다. 분기별로 우수사원을 선발, 격려하고 포상하는 제도다. 본부장이나 팀장의 추천을 받아 수상자를 선정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직원 직접 추천 방식을 택했다.

수상대상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타 팀과의 협조가 뛰어나 추천을 받는 인물에게 주는 ‘베스트 파트너상’, 자기개발 성과가 뛰워난 직원에게 수여하는 ‘퀄리티상’, 회사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이에게 주는 ‘매너상’ 등 융화와 화합을 강조한 상이다.

정 사장은 흔히 적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주위에 사람이 몰리는 타입이다. 온화한 성격과 특유의 친화력이 이유다. 대신 일에서 만큼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건축사업본부장 시절 김포고촌한강신도시 분양을 크리스마스에 강행한 일화가 유명하다.

현대건설은 그간 주인없는 회사의 설움을 겪었다.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현대맨’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건설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도 융화와 화합이 아닐까.

<약력>
1952년 서울 출생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1975년 현대건설 입사
1998년 민간사업본부 이사
2001년 김포도시개발사업단 전무
2006년 건축사업본부장 부사장
2011년1월 현대엠코 주택본부장 부사장
2011년4월 현대엠코 사장
2011년6월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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