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담은 불과 마음에 담은 불 - 1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장 | 2011.06.15 12:30

[웰빙에세이] 항상 조심해야 할 두 가지 불

자나 깨나 불조심하듯 항상 조심해야 할 불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술. 술은 불이다. 물에 담은 불이다. 비오는 날, 추운 날, 울적한 날 더 생각나는 불이다. 나는 술로 피를 뜨겁게 달군다. 스트레스를 태워 버린다. 시름을 날려버린다. 하지만 불이 불을 부르듯 술은 술을 부른다. 1차는 2차를 부르고, 2차는 3차를 부른다. 맥주는 소주를 부르고, 소주는 양주를 부른다. 그 페이스에 휘말리면 걷잡을 수 없다. 모든 게 불속에 잠긴다. 어제의 근심과 내일의 불안만 타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타버리고, 나도 타버린다. 술이 나를 삼킨다.

◆ 물에 담은 불 - 술

음주 측정을 해보면 소주 한잔의 불을 완전히 끄는데 평균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소주 한 병의 화력이면 7시간을 취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술은 청정연료가 아니다. 화려한 불꽃이 기울면 연기가 독해진다. 그 연기에 찌들어 골치 아프다. 스트레스 다시 쌓인다. 잔불 정리도 쉽지 않다. 토하고, 해장하고, 사우나 가고, 그것도 안 되면 몸져눕는다. 몸에는 서늘한 재만 남는다.

누군가 한 시인에게 물었다. "술을 드시나요?" 시인은 답한다. "술을 왜 마십니까? 안 마셔도 알코올이 펑펑 나오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각성이다. 우리는 삶에 각성이 필요하다. 술도 몇 잔까지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 기분이 반짝 살아난다. 그러나 그것은 화학적 각성일 뿐이다. 그것은 비겁하다. 술에 기대는 것이다. 술에 자신을 던지고, 술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은 불장난이다.

◆ 마음에 담은 불 ? 화

둘째, 화. 화는 마음에 담은 불이다. 그것도 아주 격렬한 불이다. 화를 내면 상대방이 데인다. 화는 화를 부른다. 상대방도 지지 않고 내 화를 돋운다. 서로에게 쓰라린 상처를 입힌다. 그렇다고 화를 참으면 내 속이 탄다. 화병난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 화를 낼 수도 없고, 화를 참을 수도 없으니. 화는 무조건 참아도 안 되고, 무턱대고 터트려도 안 된다. 화가 나면 그 화를 잘 다스려야 한다.

내가 화를 다스릴 때 쓰는 방법은 이렇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일단 잠깐 참는다. 큰 숨을 몇 번 쉰다. 그러면 가장 큰 불길이 지나간다. 그 다음에는 화라는 감정과 그 화를 불러일으킨 상황을 분리해 내려고 노력한다. 그 상황이 어째서 내 안에서 분노의 회로를 건드리는지 살펴본다.

상대가 내 자존심을 건드려 화가 난나면 그 자존심이 무엇인가 되짚어 본다. 그것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작은 나(에고)'의 것이라면 작은 나를 설득한다. 상대가 내 이익을 침해해 화가 난다면 그 이익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 되짚어 본다. 화를 내서 나와 남에게 상처를 줄 만큼 큰 것인지 가늠해본다. 상대가 내 원칙이나 기대, 기준을 훼손해 화가 난다면 그 원칙이나 기대, 기준이 어떤 것인가 되짚어 본다. 화를 내서 나와 남에게 상처를 줄 만큼 중요한 것인지 따져본다.

대개 이쯤에서 화와 상황은 분리되고 불길이 잡힌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마음의 불을 계속 부추기는 또 다른 연료가 있는 것이다. 나는 화를 낸 상황이 내 과거의 어떤 상처를 건드리지 않았나 곰곰이 생각해본다. 기억 건너 편의 잠재의식 속으로 잦아든 상처가 은밀하게 성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그 단서가 잡히면 마지막 남은 화도 결국 나의 문제다. 화와 상황은 분리된다. 나에게는 내 화를 달래고 내 상처를 보듬는 일만 남는다.

◆ 틱낫한 스님의 화 다스리는 법


틱낫한 스님이 가르치는 화 다스리는 법도 이와 비슷하다. 마음에 새기기 위해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화가 날 때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감싸 안아라. 화를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냥하게 그것을 보살펴주어라. 화는 아파서 보채는 아기와도 같다. 그대의 화는 그대의 아기다. 그대의 아기를 보듬어주어라.

2. 화가 난다고 홧김에 무슨 말을 하거나 무슨 짓을 하지 말라. 이 때 하는 말이나 행동은 그 무엇이 되었든 인간관계에 더 많은 해를 야기할 따름이다. 그보다는 아무런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그대의 집에 불이 났다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집으로 돌아가서 불을 끄는 것이지 방화범으로 여겨지는 자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

3. 화가 날 때는 즉각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서 마음챙김(mindfulness : 전념, 알아차림, 마음챙김)의 에너지를 불러일으켜 화를 보듬어주고 그 본질을 알아차려야 한다. 온갖 식물들이 햇빛에 민감하듯이 화, 질투, 절망 등과 같은 모든 번뇌들은 마음을 챙겨 알아차리는 전념에 민감하다.

4. 소중한 사람에게 화가 나 있을 때는 화가 나지 않은 척하지 마라. 괴롭지 않은 척 하지 마라. 이런 종류의 부정은 자존심에 근거하고 있다. "화가 났다고? 내가? 내가 왜 화를 내야 하지? 난 괜찮아." 그러나 사실 우리는 괜찮지 못하다. 우리는 지옥 속에 있다. 참된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다. 내가 화가 나 있고 괴롭다는 사실을 털어놓아라. 단, 차분하고도 사랑이 깃든 말투로 말하라. "사랑하는 이여, 나는 화가 났는데 그대가 알아주었으면 해요. 나는 화를 보살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부디 꼭 도와줘요."

5. 사랑하는 사람이 화를 내면 듣기만 하라. 시비, 비판, 분석하지 말라. 자신으로 돌아와 이해와 연민을 빛을 찾아라.

6. 연민의 마음 이외에 화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연민은 이해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다. 분노는 불이고, 연민은 물방울이다. 연민은 수행을 통해서만 나온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 전념하는 자세로 호흡을 하는 수행을 해보라. 그 상황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자신과 상대방이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기에 화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7. 우리가 인생이 덧없다는 사실을 정말로 이해하고 늘 염두에 둔다면, 남을 지금 당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하루 종일 사랑하는 이에게 화를 내면서 보낸다면 그것은 덧없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힐 만큼 어리석은 이유는 우리나 남이 덧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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