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세계 경기둔화 기미, 어떻게 볼 것인가?

머니투데이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 2011.06.14 09:10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미국경기의 둔화 신호다. 사실 미국의 경제성장세 하락은 원유가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된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세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포인트 정도 하락시킬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성장률 부진은 결국 국제 유가 상승에서 기인한 부분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둔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제조업의 부진이다.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2009년 9월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제조업의 부진은 특히 자동차부문에서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의 전고점 수준을 넘어선 제조업의 재고 증가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가계저축률의 반등이 미국 경제에 추가 악재로 등장할 수 있다.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지난해 중반 6% 수준에서 최근 4.9%까지 하락했다. 현재 미국 자산시장의 불안심리를 감안할 때 주택시장이나 주식시장이 다시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낸다면 저축률의 반등이 현실로 나타나 소비부진과 전체 경제성장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미국경제는 오히려 성장세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유가의 추가 상승이 없다는 가정만으로도 하반기 미국 성장률은 다시 3%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종료 시한이 올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기대되는 기업 투자의 활성화 역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숨은 호재를 감안하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3차 양적완화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경기둔화 신호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기둔화는 과열 기미 해소와 인플레이션 위험 감소로 해석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올해 초 경기호조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의 증대로 볼 수 있었다. 이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전반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해소되는 분위기다.


물론 대다수 아시아국가에서 현재 진행되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경우 금리인상 종료 시점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도 적어도 금리인상의 반환점을 지난 것으로 생각된다. 자국통화의 절상(환율 하락) 역시 하반기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결국 하반기 미국경제의 성장세 호전과 중국·인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종료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내년 아시아경제 전망을 밝게 할 것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 역시 세계경제의 주요 악재로 떠올랐다. 사실 지난해 나온 그리스 구제금융 계획은 채무구조조정을 2013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 그 골자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12∼2013년의 구제금융 집행을 확실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독일 등 유럽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채권자가 주도하는 부채의 자발적 만기 연장 등 부드러운 채무재조정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러한 채무재조정이 사실상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의미한다면서 반대의 뜻을 나타내며, 이런 와중에 그리스는 추가 재정긴축과 공기업 민영화를 망설이는 상태다. 결국 모든 이해당사자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 그리스의 위기는 곧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정부와 국민이 재정긴축에 합의하고, 민간채권자들이 자발적으로 만기연장 및 소규모 신규자금 지원을 약속한 상태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당초 계획대로 추가 구제금융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 보유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2009년말 960억달러에 달한 보유량은 2010년말 570억달러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꺼리는 것은 다른 나라에 끼치는 위기의 전염효과 때문이라 하겠다. 특히 그리스 문제의 악화는 자칫 모두가 내심 우려하는 스페인의 재정문제를 금융시장 전면에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악재는 유가의 추가 급등과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 확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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