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안, 최시중 누른 한나라당의 압승?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11.06.02 19:02

방통위 중심 통신TF팀 방안, 한나라당 당정거부… 결국 한나라당 요구 '모두 수용'

"이번 통신비 인하를 정치권 압력의 결과물로 보지 말아 달라."

2일 SK텔레콤의 요금인하 계획과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요금부담 경감방안을 발표한 날,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의 일성이다. 그러나 황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정이 요금인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 거리가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범정부 통신TF팀에서 마련한 요금인하 방안을 한나라당이 '퇴짜'를 놓고, 공개석상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몰아붙인 사건이 이미 대대적으로 보도된 터다.
 
그 뿐 아니다.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거부하고 비공식적으로 최시중 위원장과 만났고, 당 정책의장과 독대하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던 최 위원장은 배석자 1명 없이 서너명의 당 관계자를 상대해야 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방통위 수장이 당 관계자에게 둘러싸여 사실상 '압박'을 받은 셈이다. SK텔레콤의 통신요금 인하결정을 놓고 '집권여당의 승리', '최시중을 누른 한나라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방통위를 중심으로 구성된 범정부 통신TF팀은 '점진적인 유통구조 개선과 시장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 유도'를 통신요금 인하방안에 담았다. 인위적으로 기본료를 인하하게 되면, 시장경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역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고 과거 통신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사례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담긴 계획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방통위는 끝내 한나라당의 압력을 거부하지 못하고 SK텔레콤에게 요금인하를 종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요금이 내려간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정치권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방통위의 모습에서 '정책 일관성'의 퇴색되고 말았다. 방통위는 그동안 시장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통신요금 인하를 '업계자율'로 유도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방통위 책임론도 대두된다. 최 위원장은 2기 취임식에서 "임기내 기본료와 가입비를 인하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정치권 요금인하 압박에 "통신비는 비싸지 않다. 복합문화비로 봐야한다. 투자활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방통위 실무자들도 중심을 잡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정치권에게 굴욕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SK텔레콤 요금인하 방안을 방통위 차원에서 발표하면서 '상임위원회 보고'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야당 상임위원들은 막판에 보고를 받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의 입김앞에 방통위의 합의제 의사결정 구조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요금인하 방안은 결정됐다. 그러나 그 '공'은 고스란히 방통위와 통신업계에게 넘어왔다. '시장후폭풍'에 대한 책임도 방통위가 져야 한다. 통신업계는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내년 총선과 그 이후의 대선 시기는 또 어떤 시련이 닥치게 될지 걱정된다"며 벌써부터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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