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 100억 빌리면 손에 쥐는 돈은 80억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1.06.03 06:29

3년 진행시 선납이자 포함해 빚만 150억…잘못된 한국형 PF대출 시발점

"아파트 분양사업용 땅을 계약해서 땅값으로 100억원을 브리지론으로 대출받았다가 사업이 지연돼 3년이 지나면 원금이 150억원이 됩니다. 대출받을 때 선납이자에 금융수수료를 빼고 80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원금이 2배가 된 거죠."(모 시행사 대표)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개발사업의 시드머니(Seed Money)인 브리지론(bridge Loan)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리지론은 건설사 경영난을 부추긴 뇌관으로 잘못된 한국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출발점이다.

부산저축은행은 2000년대 초·중반 벌어들인 돈으로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각종 개발사업에 투자하면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파트 개발사업을 위해 브리지론으로 대출받을 경우 저축은행별로 한도가 있다 보니 증권사가 주간사로 나서 각 저축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금융수수료(3%)를 챙긴다.

통상 저축은행이 선납이자 12~14%를 받았기 때문에 시행사가 실제 손에 만질 수 있는 돈은 80억원에 불과하다. 사업 진행이 빨라 1년 이내에 분양을 해서 수익을 나눈다면 문제가 없지만 부동산경기가 꺾이고 인·허가 등에 발목이 잡힐 경우 사업기간이 2~3년으로 늘어난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브리지론은 단기대여 자금이기 때문에 본PF가 성사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년 선납이자 15억원 가량을 포함해 연장된 브리지론 규모는 115억원이 된다.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총 대출원금은 150억원으로 불어난다.


저축은행들은 사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선납이자로 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한데다 시행사가 부도나면 공매를 통해 시가의 50% 이상 수준에서 땅을 매각할 수 있어 원금을 손해보지는 않는다. 저축은행이 2000년대 초·중반 큰돈을 만질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브리지론 구조 때문이다.

시행사 입장에서 본PF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리지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만큼은 반드시 납부한다. 저축은행이 애당초 손해를 볼 일이 없다는 게 시행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저축은행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조이기가 시작되면서 저축은행 브리지론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당장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토지 계약금을 조달할 방법이 막막해 졌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시행사들은 담보대출 방식으로 토지계약금을 조달하고 있다. 즉 땅값이 100억원이라면 1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90억원 중 70%인 63억원은 토지 담보로 대출을 받고 모자란 돈은 시공사로부터 대여받는 것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경기가 좋을 때는 곧바로 본PF가 됐기 때문에 브리지론 대출로 인한 선납이자와 금융수수료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며 "브리지론을 대체할 금융기법이 나와야 시행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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