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상품가격조정과 더블딥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2011.06.02 09:45
공교롭게도 빈 라덴이 사살된 지난 5월1일부터 유가가 폭락하면서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유류를 비롯한 상품가격은 2차례 양적완화 정책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폭등세를 보여왔으나 결국 조정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상품가격 상승은 2002년부터 가시화됐다.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째로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과 둘째로 원자재상품이 금융화되어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IB와 헤지펀드 등이 본격적으로 상품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됐다. 상품시장의 특성은 수요 및 공급의 단기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데 있다. 즉 유류나 곡물의 수요는 필요재 성격이 커서 단기적으로 가격이 높더라도 대체재로 수요를 이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가 감소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반대로 공급 역시 새로운 유전을 개발한다든가 농토를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적으로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투기로 인해 가격에 버블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정하는데 여타 상품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70년대 중반과 후반 유가파동시 새로운 균형이 성립돼 가격이 안정화되는데 10년이 걸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해 균형가격, 또는 공정가치에서 이탈할 경우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해서 이를 조정하는데 여타 상품에 비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취약점이 있다.

더불어 이러한 상품시장의 변동성 확대 및 버블은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자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이 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면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에 따라 G20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대두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청산소 설립이나 선물시장에서의 포지션한도 확대 등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은 전체적으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사후에 이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상품가격 조정 역시 사후적으로 이번 상품가격 조정 역시 주요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든다. 더불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긴축모드로 전환하고 미국의 2차 양적완화정책이 6월에 종결되는 바 이후 성장동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뉴욕대 루비니 교수가 지금 증권시장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즉 이제 조그만 충격에도 와해될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국의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명목채권과 물가연동부채권의 금리차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즉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고점 대비 약 7%에서 14% 정도 하락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품가격 조정의 실제 이유는 소로스의 퀀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매크로펀드 등이 기대인플레이션 대비 상품가격이 너무 높은 데 따른 차액실현 및 컨트래리언전략(역행전략)을 실행한 데 그 이유가 있다. 즉 버블의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최근 행동학파적 경제학의 연구결과는 개인들의 손실기피현상(loss-aversion)을 지지한다. 즉 이득확률보다 손실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경기순환론에 따르면 작금의 상황은 바닥에서 탈출해 회복기와 확장국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즉 장기성장추세 근처로 회복하는 중이며 이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증가율 감소다. 따라서 아직 경기하락을 예측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오히려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무려 7%를 상회하는데 소비자물가지수가 후행하는 현상에 비춰볼 때 우리 경제의 경우 양극화를 부추기는 물가상승을 억제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물가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을, 정부는 더블딥에 대비해 재정의 건전성을 기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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