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신 시집 한권 지었어요"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1.06.02 08:11

[인터뷰]'겨울사랑' 시집 펴낸 엔지니어, GS건설 명재신 차장

"시는 곧 저의 일기입니다. 식당에서, 기차역에서, 공원에서, 골프연습장에서 스치는 인연들, 흘러가는 풍경들을 담는 저만의 흔적이에요. 시에는 대학시설 첫 사랑부터 이별의 슬픔, 재회의 기쁨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투박하고 거칠기만 할 것 같은 건설회사 엔지니어가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명재신 GS건설 해외토건사업부 차장(46·사진)이 그 주인공. 명 차장은 지난해 10월 결혼기념일을 맞아 대학시절부터 써온 작품을 추려 '겨울사랑'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포항공고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가 시에 눈을 뜬 것은 28세 늦깎이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다. 공대 전공수업보다 선후배들과 어울려 문학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쓴 시가 1000편이 넘는다.

이번 시집 출간은 일상에 쫓겨 수년간 계획만 해온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명 차장은 "메모지, 공책, 컴퓨터 파일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시들을 모아놓고 싶었다"며 "아내와 연애시절 애틋한 감정과 일상을 담은 시들을 중심으로 결혼기념일 선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장용으로 계획한 시집 출간은 출판사(좋은땅)의 제안으로 판매용으로 둔갑했다. 사랑, 계절, 고향이야기, 직장생활까지 현대인이 놓치고 살아온 일상을 스케치한 작품에 감동을 받은 출판사 관계자들이 판매용으로 출간하자고 설득에 나선 것이다.

명 차장은 "시 쓰는 놀이를 혼자 즐겨왔기 때문에 회사 동료들도 시집 출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동료들이 배신감을 느낄까봐 책이 나오고 부인 다음으로 회사 선후배들에게 제일 먼저 돌리며 신고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겨울사랑'은 △봄의 노래 △여름일기 △가을바람 △겨울사랑 등 4개 주제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명 차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부분은 역시 부인과 연애시절 감정을 담은 겨울사랑이다.

특히 겨울여행을 떠나 지은 '겨울 강가에서는…'는 명 차장이 가장 좋아하는 글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를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명 차장은 겨울사랑을 잇는 시집을 추가로 출간할 계획이다. 이미 2번째 시집 제목도 정해놨다.

명 차장은 "사실 (대학졸업 후)동아건설에 입사해 지방현장(울진)에서 근무할 때 완성도 높은 시를 가장 많이 썼다"며 "2004년 GS건설로 이직해 바쁜 도시생활이 시작되면서 과거처럼 시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지만 틈틈히 일상속 감정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상 이번 시집에 싣지 못한 작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을 충실히 담아 보겠다"고 덧붙였다.

명 차장이 앞으로 쓰고 싶은 시의 주제는 '고향'이다. 전남 고흥 나로도에서 태어나 학교문제로 고교시절부터 홀로 영남에서 생활해온 만큼 누구보다 애틋하고 그리운 고향섬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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