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미국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머니투데이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 2011.06.01 06:51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펜타곤(미 국방부)이 원자력발전소를 비롯, 통신망, 지하철 등 공공 기관, 시설 등에 대한 타국으로부터의 컴퓨터 사보타지(해킹)를 '전쟁행위(act of war)'로 규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이를 명문화하면 해커에 대한 군사적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테러에 이어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셈이다.

상상력을 더 보태면 이제 컴퓨터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서울 사는 한 13세 소년이 영웅심에 미 연방기관 전산망에 무단 접속을 시도한다면 그 집에 들이닥치는 사람은 경찰이나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이 아닐 수도 있다. 앞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정예 특수전부대인 ‘네이비 씰 팀 6’가 난입해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갈 수 있다. 과장이지만 해킹은 이제 국가안보마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펜타곤이 전쟁 행위로 간주하더라도 여러 단계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어야 전쟁인가 하는 게 핵심이다. 한 도시의 전력망을 마비시켜 해상봉쇄와 같은 효과를 냈을 때는 당연히 전쟁이다. 사이버 공격에 따른 피해의 정도를 우선 파악하고 이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데 여러 날 더 걸릴 터이니 당장 긴장할 일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세상은 지금 가히 ‘해커 전성시대’이다. 국가이건 기업이건 무차별적 공격이 이어진다. 해킹으로 1억명 가량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소니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고도의 보안력이 요구되는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마저 뚫려 충격을 더했다. 지난주말에는 미 공영방송 PBS도 뉴스 홈페이지가 털리며 15년전 죽은 전설적 래퍼 투팍 샤커가 뉴질랜드에 살아있다는 '기사'로 도배됐다. 과거 해커들은 자신들의 테크닉을 뽐내며 금융이나 정부의 정보를 목표로 활동했으나 오늘날 해커들은 자신들의 공격영역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해커들의 동시다발적 준동에 대한 가장 그럴 듯한 해석은 해커계 양대 '구루'에 대한 단죄를 들 수 있다.
우선 미 외교 비밀문서 등 전문적으로 폭로해온 위키리크스 운영자 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사법처리이다. 무차별적 공표로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개입의 허구성을 연달아 부각시킨 어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형 은행을 다음 타깃으로 잡고 있었다. PBS 해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룰즈섹'은 위키리크스 등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위키 시크릿츠'라는 프로그램 방영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킹을 감행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 한 명은 애플, 소니를 떨게 한 천재해커 조지 호츠(본지 31일자 기사 참조)이다. 불과 17살 때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야심작 아이폰을 '탈옥'시키고 이어 막강 보안력을 뽐내던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PS)3 빗장을 푼 주인공이다. 결국 참다못한 소니가 지난 1월 저작권법으로 그를 고소하자 해커들의 공분을 부르며 '융단폭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도 어샌지나 호츠 같은 이른바 '핵티비스트'들은 사이버 공간의 자유, 이용자 권익 보호 등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다. 문제는 사리사욕적 범죄 행위와 테러 등 국가안보마저 뒤흔드는 '검은 손'들이다.

최근 빼낸 정보의 대가로 몸값을 요구했던 현대캐피탈 해킹건에서 보듯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간접비용이 기업이나 사회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온다.

나아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단죄도 필요하다. 하물며 대치관계인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 인원과 능력이 미 CIA에 버금간다는 보도이고 보면 우리의 대비 또한 철저해야 할 것이다. 어쩜 서해교전 수칙처럼
사이버 교전수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