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화장품 사면 효과 더 좋을까?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 2011.06.02 08:03

'신뢰감' 앞세워 코스메슈티컬 시장 확대..일반 화장품과 기능성 같아

머니투데이 DB

# 30대 회사원 이은경씨는 우연히 약국에 들렀다가 화장품을 구입했다. '기미 제거, 주름 개선, 항산화 효과… '. 약국 한쪽 벽에 가득 진열된 화장품은 참으로 다양했다. 처음 보는 제품이 많아 무엇을 사야할지 알 수 없었지만 약사의 "효과 좋다"는 말에 구입을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그녀는 기존에 쓰던 일반화장품과 큰 차이를 아직까지 못 느끼고 있다.

외모 가꾸기 열풍 속에서 차별화된 기능을 자랑하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의약품을 의미하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국이나 병원에서 판매하는 고기능성 화장품을 총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코스메슈티컬시장은 매년 15%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기준 4000억원대(업계추산)까지 커졌다. 유통망도 의원과 약국에서 자체 온라인쇼핑몰이나 일반 화장품점, 멀티샵 드럭스토어(올리브영, 왓슨스, W 스토어 등)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이지함, 차앤박, 리더스, 고운세상 등의 기존 피부과 의사들의 브랜드뿐 아니라 대형 제약업체까지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03년 유한양행이 ‘아벤느’란 수입 브랜드를 출시하며 제약업계 최초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2006년 보령제약(노화방지화장품)과 2008년 영진약품(코엔자임 Q10), 2009년 대웅제약 (이지듀 리페어 컨트롤)과 LG생명과학(트러블개선제-아토베롤) 등이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태평양제약의 ‘화이트프로젝트 에센스’, 동성제약의 ‘봉독화장품’, 중외신약의 ‘쿠릴스’ 등의 제품을 내놓고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비쉬, 유리아주 등 해외브랜드와 BRTC, 닥터자르트, AHC등 토종 브랜드까지 40여 개의 브랜드가 시장에 진출해 있다.

코스메슈티컬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우선 꼽았다. 약사나 의사가 권하는 제품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약을 만드는 회사에서 만드는 화장품은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라는 신뢰감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조아름(28)씨는 "민감성 피부라 화장품을 꼼꼼히 고르는 편이다. 일단 약국에서 팔고 약사가 권하니까 신뢰가 가서 제품을 구매했다"며 "1년째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트러블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꾸준히 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 화장품 브랜드숍 제품과 약국이나 병원에서 파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이 기능이나 효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판매처만 약국이나 병원일 뿐, 효능과 성분이 일반적인 기능성 화장품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안정림 화장품협회 부회장은 "일본, 독일의 경우 화장품 판매량 가운데 3분의 1이 약국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도 화장품의 경우 자율판매제를 따르고 있어 약국이나 병원이 하나의 유통채널일 뿐이지 성분이나 효능이 다른 제품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이 약국이나 병원에서 판매한다고 해도 화장품이 가지는 기능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에 비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에게는 병원에서 파는 전문화장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코스메슈티컬에 대한 법적 기준이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다. 코스메슈티컬이 좀 더 기능이 강화 되고 성분도 다를 것이라는 것은 엄연한 '소비자의 착각'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미백 ,자외선차단, 주름개선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사용했을 경우에 한해서만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이윤재 사무관은 "코스메슈티컬의 기준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으며 다른 화장품과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을 뿐"이라며 "만약 약사와 병원이 판매자로서 과대광고를 했을 경우는 책임을 지겠지만 소비자가 단순히 약사를 믿고 제품을 사고 나서 부작용이 생겼다면 다른 화장품처럼 제조업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정의와 기준이 모호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피해도 발생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범위 혹은 개념 정의에 대한 공론화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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