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물고 계약 취소…일부 과열우려 목소리
지난 16일 대전 신동·둔곡지구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예정지로 발표된 후 수요가 많은 중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호가가 20%가량 뛰었다. 발표 전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근 토지도 매도호가를 중심으로 ㎡당 많게는 수십만원 오르는 등 대전 과학벨트 예정지 인근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H중개업소 사장은 "76㎡의 경우 전세를 끼고 3000만~4000만원이면 살 수 있어 외부 투자자들에게 문의가 많이 온다"며 "과학벨트 발표 이후 매도호가가 2000만~2500만원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발표 전 시세가 1억3000만원 정도였던 게 당장 사려면 1억5000만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1주 전만 해도 1억3500만~1억4000만원에도 일부 거래가 성사됐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한다.
외지 투자자들의 매입이 늘면서 전세가격은 500만~1000만원 정도 내렸다.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세물량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표 전 가격에 나왔던 매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1000만원 안팎의 위약금에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근 D중개업소 사장은 "원래 계약금은 매매가격의 10%지만 실제로는 그 이하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약금을 물어도 시세차익이 더 클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계약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매도 호가의 상승폭이 주택에 비해 큰 토지는 계약 취소 때문에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H중개업소 사장은 "토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자리에서 금액을 더 올려 받으려는 경우가 많아 말다툼 끝에 계약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동 인근 대로변 토지 가운데 매도호가가 ㎡당 20만~30만원 오른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일부 단지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단숨에 3배나 치솟았다. 인근 P중개업소에 따르면 116㎡ 분양권 프리미엄은 기존 700만원에서 2200만~2500만원으로 3배 이상 뛰었고 93㎡도 1800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인 부동산광장 정민성 대표는 "전에는 로열층 일부만 간혹 거래됐는데 과학벨트 발표 하루 전부터 매수세가 몰리더니 10여일 만에 20~30건 정도 매매계약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전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전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6% 넘게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년째 가격조정을 겪으면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도 끊긴 터라 수요에 견줘 공급물량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지방 대도시는 지난해부터 가격이 상승하던 상황에서 대전은 과학벨트란 호재까지 겹쳤다"며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고 들뜬 분위기가 호가만 뛰게 하고 있어 과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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