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가 우리편 아닌 빵집과 승부하는 법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1.06.03 10:12

[머니위크]SPC 이상한 상권 전략

‘길 하나 건너니 파리바게뜨가 또 있네?’

길을 지나다 한동네에 SPC의 파리바게뜨가 2~3군데씩 박혀있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카페 등 비슷한 계열의 브랜드까지 더하면, 그 개수는 더 늘어난다.

더욱이 같은 대로변에만 두세개씩 포진한 파리바게뜨 매장 탓에, 타 제과업체는 발붙일 틈도 없다. 파리바게뜨에 둘러싸인 형국을 띠게 되면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결국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다. SPC 본사가 이를 위한 비용을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솔솔 흘러나온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제과시장, 그럼에도 끊임없이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는 SPC 제과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의 이른바 ‘트라이앵글 상권 전략’이 빈축을 사고 있다.



◆ 트라이앵글 상권 전략, 경쟁업체 "발 붙이지마"

지난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쥐식빵 사건'. CJ푸드빌 뚜레쥬르 점주의 자작극으로 결론이 났지만, 제과업계 라이벌인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의 도를 넘은 경쟁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뚜레쥬르에서 불과 100m 인근에는 파리바게뜨가 운영 중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파리바게뜨가 인근에 입점하며, 뚜레쥬르 점주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PC 측은 “인근에 두개의 매장이 운영 중인 것은 맞지만, 모두 같은 점주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 제과업체를 사이에 두고 자사의 매장을 2개 이상 입점시키며 둘러싸는 형태의 이른바 ‘트리플 상권’ 전략이다. 최근 방송된 MBC PD수첩의 한사례. 2010년 4월 경쟁점이 입점하자 SPC는 2010년 4월과 2010년 8월 파리바게뜨 직영점을 연이어 오픈한다. 경쟁점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 형태로 포진한 덕에, 경쟁점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대구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파리바게뜨가 운영 중인 이곳에 2011년 4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가 입점을 하게 된다. 그러자 파리바게뜨는 2011년 5월 경쟁업체의 바로 옆에 새로운 2호 매장을 오픈했다. 같은 도로 위에 파리바게뜨-경쟁업체-파리바게뜨가 위치하며, 말 그대로 경쟁업체가 포위를 당한 형국이 된 것이다.

SPC 측은 “파리바게뜨 점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며 “새로운 매장 오픈을 위해서는 상권 분석은 필수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무리하게 새로운 점포를 입점시키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과업계에서는 SPC의 이 같은 상권 전략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매장 수를 늘려 상대를 압박하는 파리바게뜨의 전략이 제과시장 독과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파리바게뜨의 전국 매장 수는 대략 2500~3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5년새 증가 추이를 비교하자면 2007년 한해 동안 약 200개 매장이 늘어난 데 비해, 2010년 한해 동안 늘어난 매장수만 500여개로 2배 이상 늘었다. 2위인 뚜레쥬르의 매장 수는 약 1000~1400개 매장, 3위인 크라운 베이커리는 500개, 4위인 신라명과는 12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어림잡아도 현재 국내 제과시장의 50% 이상을 파리바게뜨 매장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상권 분석이라는 게 유동인구, 소비성향 등 다양한 요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재계약이 걸려있기 때문에 석연치 않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본사 "가맹점주가 원해서" vs 가맹점주 "선택권 없어서"

문제는 SPC가 타 제과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매장수를 급격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가맹점주는 “결과적으로는 같은 영업지역을 두고 같은 브랜드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가맹점주들이나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이와 같은 사례가 많이 떠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가맹사업법에 의하면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 가맹점 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가게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명시돼 있다. 단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에게 정보공개서를 통해 이를 알리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가맹점주들은 가맹계약 전 정보공개서를 통해 상권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을 공지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서가 워낙 복잡해 가맹점주들은 이를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막상 매장을 오픈한 뒤에나, 상권 변동에 동의하고 난 뒤에는 점주가 본사에 항의를 해도 소용없다”고 전했다.

5년 넘게 파리바게뜨를 운영 해온 한 가맹점주. 그는 몇년 전 본사로부터 ‘인근 대로변으로 매장 점포 확장’을 요구 받았다. 인근에 파리바게뜨 직영점이 입점할 예정인데, 상권이 겹치니 수익이 더 나올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였다. 하지만 인테리어비용 등 수억이 들어가는 투자비를 생각하자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가맹점주는 어렵게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머지않아 인근에 직영점이 오픈을 했고, 가맹점주가 운영하던 파리바게뜨는 문을 닫고 말았다.

사례를 들려준 이 가맹점주는 “직영점과는 매장 규모, 제품 종류는 물론 여러 면에서 경쟁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본사의 실속만 차리느라, 가맹점주의 상권 보호를 내팽개쳐 둔 거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경쟁점 입점과 관련해 이른바 ‘트라이앵글 상권’ 형태로 새로운 매장 출점을 준비하다 보면 기존 파리바게뜨 매장과 상권이 일부 겹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 영업직원이 가맹점주에게 새 매장 입점을 예고하고, 같은 점주가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점주가 새 매장 오픈을 거부할 경우 다른 점주를 들이거나 직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면 빚을 내서라도 새 매장을 잡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SPC 측은 “인근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오픈하는 경우는 대부분 같은 점주가 운영 중이다. 때문에 상권이 겹치는 데 따른 피해는 없다”며 “파리바게뜨에서 먼저 이 같은 제의를 하는 경우는 없다. 점주가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에 한해, 상권분석 등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점포를 입점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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