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에' 뜬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의 '간'은?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 2011.06.02 10:13

[머니위크]CEO In & Out/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의 '2위 찬가'

제약업계에선 ‘1위’보다 ‘2위 기업’을 더 높이 평가한다. 동아제약이 44년간 철옹성을 쌓으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터라 ‘2위’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년 사이 ‘제약업계 2위’에 대한 부침은 심했고, 3년 연속 ‘2위’를 차지한 기업이 쉽게 나오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의 ‘2위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유한양행의 아성을 물리치고 지난 2년간 녹십자가 당당히 2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 결과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난해부터 ‘다크호스’로 떠오르기 시작한 업계 3위 대웅제약의 강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나 대웅제약은 지난 1분기 매출실적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녹십자와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기존 2위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3위에서 2위로?…‘우루사 효과’ 계속될까

회사 설립 이래 대웅제약을 진두지휘한 윤영환 회장의 요즘 출근길은 가볍다. 지난해 연매출 6722억원을 기록하며 유한양행(6493억원)과 한미약품(5946억원)을 밀어내고 당당히 제약업계 3위로 뛰어 오른 데다, 올 1분기 매출에서는 2위 자리까지 꿰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7년 이후 지난해 3년 만에 3위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실적내용이 상당히 좋았다. 외형적인 매출이 2009년(5912억원)보다 13.7% 증가(6722억원)했고, 영업이익(934억원)도 전년도에 비해 무려 65.3%나 증가한 것이다.

물론 윤 회장이 직접 경영전면에 나서 일일이 코치하지는 않지만 전문경영인인 이종욱 대표를 통해 지난해 대웅제약의 ‘부활’을 주도했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실제 대웅제약은 윤 회장이 큰 애착을 갖고 있는 올메텍, 글리아티린, 우루사 등의 주력제품 성장이 고무적이었고 프리베나 등의 신제품 매출 상승도 이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고혈압치료제인 올메텍의 경우 지난해 전체 의약품 판매 3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수입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매 호조도 업계 3위 도약을 부추겼다. 강력한 영업망을 갖춘 덕에 지난해 화이자와 공동으로 판촉했던 폐렴백신 프리베나가 4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베링거인겔하임과 제휴한 둘코락스 역시 16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경이적인 성과를 낳았다.

전 제품에 있어 고른 매출을 보인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는 대웅제약의 간판제품인 우루사의 매출 상승폭이 윤 회장을 즐겁게 하고 있다.

축구스타 차두리를 내세워 ‘간 때문이야~’라는 코믹한 노랫말로 CF계의 화제를 낳고 있는 우루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월매출이 10억원대 후반이었지만, TV광고가 방영된 이후인 올 1월 매출만 30억원대 초반을 기록, 한달 사이 67%의 매출상승률을 이끌었다.

단순한 매출수치 외에 우루사는 제품인지도 면에서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2월 한국CM전략연구소가 발표한 ‘1월 광고 호감도 조사’에서 ‘우루사-차두리편 광고’가 전체 광고 호감도지수(MRP) 2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위의 저주’ 풀어낼까

한쪽에서 웃음이 있다면 다른 편에선 걱정도 있기 마련. ‘2위 등극’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는 윤 회장이지만 나름대로 고민거리는 있다.


우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력 제품들이 시장에서 고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글리아티린을 제외하고는 현재 대웅제약의 제품 중 10%대 성장률을 기록한 제품이 그리 많지가 않다. 단일 품목 중 매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올메텍만 해도 지난해 3분기 매출에 있어 전년 동기 대비 10%나 감소하기도 했었다.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오리지널 약품 판권의 회수여부도 골치 아닌 골치다. 업계에 따르면 위장관조절제 가스모틴의 특허는 오는 3월 만료되고, 2013년이면 올메텍의 특허기간도 만료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주로 라이선스인을 하는 대웅제약의 경우 성장성이 예전보다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최종 순위에서 대웅제약이 업계 2위에 랭크된다고 해도 ‘2위의 저주’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도 윤 회장의 숙제로 꼽힌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희한하게도 1위인 동아제약을 제외한 2위 업체간의 경쟁이 해마다 치열했다. 그러다 보니 어렵사리 2위에 오르고도 장기간에 걸쳐 버텨내지 못한 채 미끄러진다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 동화약품은 동아제약에 이은 2위 자리를 계속 유지했지만 96년 5위로 밀렸고, 2000년 의약분업을 전후해서는 10위권 아래까지 떨어졌다. KT&G에 인수된 중소제약사 영진약품도 이와 비슷하다. 90년대 중반까지는 상위 제약사로 명성을 떨치며 1996년 동화약품을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꿰찼으나 다음해 6위로 쳐진 후 외환위기 때 부도를 겪으면서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후에도 종근당이 영진약품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지만 B형간염 백신으로 사세를 키운 녹십자에 덜미를 잡혀 2위 밖으로 밀려났고, 2002년부터 ‘2위 대권’을 잡은 유한양행 역시 2005년까지 승승장구하다 2006년과 2007년 복제약과 개량신약 출시에 힘입은 한미약품에 자리를 내준 전례가 있다.

때문에 녹십자가 장악중인 현재 2위 자리를 대웅제약이 낚아챈다고 해도 그 이후 얼마나 지구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 상승모드의 대웅제약을 이끌고 있는 윤 회장이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할 숙제거리로 떠오른다.


대웅제약의 후계구도는?

윤영환 회장과 대웅제약을 둘러싸고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슈는 경영승계 향배다. 대웅제약으로선 “전문경영인인 이종욱 대표이사가 경영을 지휘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후계구도냐”고 반문하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차남인 윤재훈(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과 삼남 윤재승(대웅 대표이사) 부회장 간 경쟁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초에는 지난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재승 부회장이 윤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대웅상사 사장이었던 차남 윤재훈 씨가 전격적으로 대웅제약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2009년 5월 윤재승 부회장이 대웅제약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후계구도의 무게중심이 윤재훈 부회장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5월 대웅제약 주주총회에서 윤재승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형제간 후계자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양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자녀(3남1녀) 모두를 경영권 승계의 대상자로 놓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남인 윤재용 대웅식품 사장이 건재한데다, 장녀 윤영 씨도 지난해 대웅제약 전무(경영지원본부)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되는 등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어 ‘4파전’ 양상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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