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의 부활…삼성전자도 기죽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1.05.24 06:11

신입사원 연봉 4300만원, 삼성전자 앞서…10년 정체 벗고 환골탈태

"수출역군에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가 해외 자원개발·플랜트 주도기업으로…."

종합상사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70~80년대 '수출한국'의 주역이던 종합상사는 90년대 들어 역할축소와 IMF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존폐 위기에 몰려 10년 이상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사업모델을 '단순 수출'에서 해외 설비투자와 자원개발로 다변화한 전략이 성공하면서 과거 못지않은 중흥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상사맨들의 몸값도 급여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와 시중은행 뛰어넘은 신입사원 연봉=23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은 올 1분기 신시장 개척,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현대종합상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한 1조2625억원, 삼성물산 상사부문 매출은 34.9% 늘어난 3조199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SK네트웍스 매출은 10.18% 증가한 6조3263억원이었다.

LG상사는 그룹 내 전자·디스플레이부문의 부진 여파로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15.3% 늘어난 85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3조994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종합상사의 실적개선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들어서다. 업계는 IMF외환위기 이후 거듭된 적자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과 대형설비시장에 주목했다. 이때 투자한 석유·가스광구의 지분가치가 치솟고 신흥국 플랜트시장이 확대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4개 업체의 매출은 2006년 모두 17조4937억원에서 이듬해 19조3680억원으로 늘었고 △2008년 24조8410억원 △2009년 22조9163억원 △2010년 31조7815억원 등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872억원으로 5년 전보다 88.3% 급증했다.

이에 따라 상사맨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삼성물산과 LG상사, SK네트웍스 신입사원들은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해 4100만~43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제조업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삼성전자(초봉 3500만원)는 물론 시중은행 등 금융권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초과이익분배금(PS)이 더해져 일정치 않다. LG상사도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LG전자보다 월등히 많은 급여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부문별로 많게는 50%의 PS를 지급했지만 2009년에는 다수가 PS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상사는 대규모 설비나 기술투자가 필요없어 1인당 생산성도 그룹 내 최고"라고 말했다.

◇10년간 존폐위기, 해외자원서 돌파구=종합상사는 70~80년대 국내 제품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포스트' 역할을 하며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삼성, 현대, 대우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가 수출창구로 주목받은 게 이때였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체들의 해외영업망 확충으로 직접 수출이 늘면서 종합상사의 자리가 좁아졌고 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까지 터져 큰 위기가 왔다. 당시 국내 최대 종합상사였던 ㈜대우의 해체는 '상사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후 10여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종합상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생존기반을 마련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해외네트워크와 정보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플랜트, 해외유전, 광산 등에서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주목해 석유화학·철강·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기반을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원자재시장과 설비투자에 남들보다 앞서 뛰어든 것도 배경이었다.

실제 최근 종합상사의 실적개선의 토대는 이때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구와 온타리오 신재생 플랜트 등 해외 주요 자원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최근 실적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전세계에서 11개 생산광구를 확보했으며 이중 미국 멕시코만과 알제리 이사우안, 중국 옌난, 오만 등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생산중이다.

LG상사는 그동안 투자를 지속해온 석탄, 구리 등 각종 광물의 가격 상승이, 현대종합상사도 호주 드레이턴 탄광에서 연간 500만톤을 생산하는 유연탄의 가격 급등이 이번 실적개선을 뒷받침했다. LG상사의 경우 세전이익 중 약 65%가 자원개발사업에서 발생,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실적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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