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도 넛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 | 2011.05.30 11:36

[머니위크]청계광장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격안정을 목표로 내놓은 정부의 규제책은 단기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동산 가격 결정 요인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규제 위주의 정책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실제로 참여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정책의 효과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5개월 정도 지속되는 데 그쳤다. 정부에 인위적인 정책에 의해 억눌렸던 수요는 시간이 지나면 일시에 폭발,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부동산 정책은 장기변수가 되지 못한다. 정책이 생각보다 너무 자주 변경되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을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서 나온 결과다. 단기적인 가격안정책에만 급급한 결과 빚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종전의 정책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정부 정책의 지속성만 믿고 부동산자산을 구성하거나 사업에 나섰던 선량한 사람들만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정책의 잦은 변경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이어져 정책을 내놓아도 약발이 듣지 않는 내성이 생겼다. 정책변수는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변수가 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한 교수도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처음에 천명했던 내용을 나중에 상황이 변하면 쉽게 바꾸는 ‘시간의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정책이 장기변수가 되려면 일관성, 지속성, 신뢰성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부동산정책은 아직까지는 단기변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시장 안정이다. 즉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이 목표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하는 정책적 수단이 다를 뿐이다.


정책은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당위성이나 목표에만 급급해 무리한 정책수단을 내세우면 반드시 후유증이 뒤따른다. 무리한 정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책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평균과 상식의 수준으로 회귀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정책들이 많이 입안됐지만 시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도에 좌초하거나 원상 복귀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거나 함께 걷지 않고 정책 당국자 혼자 내달렸기 때문이다.

이제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직접적인 시장규제보다는 시장참여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넛지(nudge)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옆 사람을 슬쩍 찌르거나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넛지는 옆 사람의 소매를 끌어 행동을 강제하는 힘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힘이다.

부동산정책에서 넛지 전략을 펴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부동산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과학적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부동산선물지수 등 각종 지표 개발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의 교란이나 왜곡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 정책적 배려가 쌓일 때 우리나라 주택정책도 선진화를 향해 성큼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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