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구글 비방 캠페인 벌이다 망신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5.13 10:58
지난주 정보기술(IT) 분야 담당 기자와 파워 블로거들에게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은밀히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전달됐다.

구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소셜 서클(Social Circles)'이 "인터넷 소셜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정보를 캐내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메일은 IT 기자들을 발깍 뒤집어 놓았지만 사실을 확인한 결과 구글의 경쟁업체인 페이스북이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벌인 반(Anti) 구글 캠페인이었다.

13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구글의 개인정보 규정 준수와 관련한 비판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은밀하게 WPP그룹의 홍보대행사인 버슨-마스텔라를 고용했다고 인정했다.

버슨-마스텔라는 페이스북의 의뢰를 받고 기자들과 파워 블로거들에게 구글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의 개인정보를 불법 사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버슨-마스텔라가 이 이메일을 보내면서 페이스북의 의뢰를 받았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버슨-마스텔라는 이에 대해 "이유야 어떻든 이는 회사의 업무 절차 규정을 어긴 것이며 회사 정책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이번 업무 의뢰는 거절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버슨-마스텔라는 더 이상 페이스북의 홍보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링키드인 등 SNS 사이의 관계를 도표로 보여주는 구글의 SNS '소셜 서클'를 비방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과 버슨-마스텔라는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은 공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이며 독자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자들이 독자적으로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이 문제는 심각하며 우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제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구글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전미 PR협회(Public Relations Society of America)의 최고경영자(CEO)인 로잔나 피스크는 이번 일에 대해 "비윤리적이며 부적절하다"며 "이는 PR(홍보)업계의 악몽"이라고 비판했다. 피스크는 "홍보할 때는 어떤 근거에 입각해서 누구의 의뢰로 하는 활동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홍보 담당자는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의 상업적 이슈가 있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이슈가 있는데 우리는 이 2가지 이슈를 구분하고 싶었다"며 "이번 문제는 구글 서비스에 대한 구글의 상업적 걱정과 관계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페이스북과 버슨-마스텔라의 반 구글 캠페인이 공개된 것은 지난 3일이었다. 버슨-마스텔라는 영향력 있는 개인정보 전문 블로거인 크리스토퍼 소포이안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구글의 개인정보 문제를 언론에 이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포이안은 누구의 의뢰로 이런 일을 하는지 질문했으나 답이 없자 이 이메일을 이메일 교환 사이트에 올려버렸다.

3일 후 USA투데이는 버슨-마스텔라가 "익명의 고객"을 위해 펼치고 있는 "은밀한 캠페인"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USA투데이는 이 기사에서 전 CNBC 기자인 짐 골드먼과 전 정치 칼럼니스트인 존 머큐리오가 버슨-마스텔라에서 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데일리 비스트의 댄 라이언스는 이 캠페인을 의뢰한 익명의 고객이 페이스북이라고 폭로하면서 "서투른 비방질"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버슨-마스텔라를 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의 개인정보 침해 의혹"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제3자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 구글이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하는 문제를 제기해주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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