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도 고쳤다' 채식 전파하는 의사들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11.05.14 13:02

[이로운 몸짱, 의사들이 채식하는 이유]<4-1>"병인은 생활습관"..채식운동 나서

편집자주 | 알고 먹으면 나물로도 근육을 만든다. 현미잡곡으로도 병세를 호전시킨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동물판 홀로코스트는 우리의 지나친 육식이 부른 비극이다. 내가 습관을 바꾸면 자연과 사회가 달라진다. 머니투데이는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치의사·한의사의 모임 '베지닥터'와 함께 우리 몸과 자연을 살리는 채식노하우를 전한다.

↑지난해 8월 열렸던 베지닥터 설립멤버들의 모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곽공섭 정인권 신우섭 김진목 박종기 원장, 홍성태 교수 ⓒ베지닥터

TV 드라마 속, 죽어가던 환자를 살려내는 의사의 모습에 정신없이 빠져들던 소년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치과의사였고 그에게 의사는 자연스러운 미래였다.

마침내 바라던 하얀 의사가운을 입은 그는 우연한 사고로 '환자'가 됐다. 만성간염환자를 수술하다가 봉합바늘에 찔려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중년이 된 그에게 이번엔 아토피가 찾아봤다. 아토피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의 폐해를 잘 알기에, 그는 약 없이 가려움을 참아냈다. 아토피증상이 심해질수록 현대의학에 대한 회의는 깊어졌다.

의사 가운을 입은 지 20여 년만에 결국 그는 잘 다니던 종합병원을 떠났다. '스스로도 치유하지 못하는 만성병 환자'라는 꼬리표를 자신한테 붙인 채, 그는 현대의학의 대안을 찾아 중국, 일본 곳곳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 병원의 원장이다. 자신의 만성병은 스스로 고쳤다. 완쾌 후 그는 채식주의자가 됐다. 베지닥터 설립멤버 중 한 명인 김진목 패밀리요양병원 원장의 사연이다.

◇'난 의사이자 환자였다'=의사와 한의사는 배움의 기반도, 이해관계도 달라 반목하기 일쑤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좀 다른 의사들이 있다. 오는 21일 공식 출범하는 베지닥터(www.vegedoctor.com)의 의사, 한의사, 치의사들이다. 이들은 '채식 전파'에 한 뜻을 모은다.

지난해 8월 6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8개월여만에 120명으로 늘었다. 전공분야는 가정의학과부터 산업의학과, 신경외과, 치과, 한의학 등 다양하다. 지회는 서울경기·경북·강원·전라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베지닥터의 의사 회원들은 "채식 밥상이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힌다. 자신의 환자를 고친 사례뿐 아니라 의사가 직접 자신의 병을 고친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2002년 겨울, 간염 보균자에 아토피환자였던 김진목 원장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로 일본 도쿄로 갔다. 열은 39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거기서 그는 현대의학자 출신의 니시의학자, 와타나베 쇼를 만났다.

단 1주일 만에 그는 20여년을 괴롭혔던 만성질환을 고쳤다. 그가 한 것은 간단했다. 단식에 이은 생채식, 자연체조, 풍욕과 냉온욕.


김 원장은 "현대의학의 근본적인 한계, 그로 인한 의사와 환자 간 불신,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 등 현대의료의 현실에 절망했던 때, 자연의학과 채식을 만나 '내 병도 못 고치는 의사'라는 절망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식단 바꾸니 몸이 바뀌어=체중 감량 효과를 본 의사도 있다. 이의철 대선 선병원 산업의학센터 과장은 현미채식 3개월만에 5킬로그램을 줄였다. 키가 180센티미터인 그는 67킬로그램, 딱 고등학교 시절로 몸무게를 되돌렸다.

이 과장은 "현미채식 후 혈압과 혈중 지방 농도가 낮아지고 피로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더 신기한 건 피부 변화였다. 현미채식 1개월만에 양쪽 어깨를 뒤덮었던 좁쌀 만한 피지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얼굴의 잡티도 없어졌다. 뱃살이 빠지고 허리가 날씬해져 바지의 허리둘레는 2인치 줄었다.

그가 관리하고 있는 300여명 규모 사업장 직원들도 하루 1회 정도 현미채식을 하면서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고혈압이었던 한 직원은 1개월만에 수축기 혈압이 20~30mmHg 낮아졌고, 체중은 2킬로그램 줄었다. 직원 설문조사 결과, 276명 중 93%가 넘는 258명이 현미채식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생활방식의 변화가 몸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실감했던 것이다.

신우섭 오뚝이의원 원장은 "의대 시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수많은 질병명 뒤에 적힌 ’Etiology is unknown(병인은 모른다)'이라는 말이었다"며 "현미채식과 생활습관 변경으로 질병 치료 효과를 얻는 환자들을 본 후엔 이 말을 ‘Etiology is Lifestyle(병인은 생활방식)'로 바꾸어야 한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베지닥터의 의사, 한의사, 치의사들은 저마다의 체험을 담아 21일 '채식이 답이다(스토리플래너 펴냄)'를 출간할 예정이다.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한의사, 치의사 모임 베지닥터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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