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금감원을 방문했다. 그는 "국가 신뢰의 문제"라고까지 언급하며 일련의 사태에 강한 분노를 표현했다. '슬픔'과 '분노'라는 언사를 이례적으로 여러 번 사용하며 질타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태스크포스'(TF)를 꺼냈다. 관계기관 협의 하에 금융 감독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손에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날 TF가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금감원은 배제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주도하는 일이라 관련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수술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의사라기보다 아예 메스를 넘겨주고 수술대 위에 오른 환자의 모양새다.
그동안 일각에서 간간히 제기돼온 감독 체계 개편문제가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검사역량 강화 방안에 예금보험공사가 들어간 부분은 하나의 전조다.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보 간 교차검사 제도 도입, 예보의 단독조사 도입 등은 과거 같으면 시도되기 어려운 조치였다.
한편에서는 유례없는 금감원 옥죄기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전문가는 "이번에 논의될 금융감독 쇄신방안이 감독 체계 개편까지 포함하게 된다면 금융산업 근간에 영향을 주는 만큼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궁지에 몰린 금감원이 향후 '지나치게 철저한' 검사를 할 경우 연쇄 영업정지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당국이 작정하고 원칙에 따라 기준을 들이대면 걸려들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며 "가뜩이나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된 상태라 사소한 위법사실에도 도미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자체 쇄신방안으로 내세운 퇴직 후 금융사 감사 취업 전면금지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감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많지 않은데 무작정 금지만 시키면 오히려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전문 인력은 금감원, 경제부처 담당관료, 예보, 감사원 등 일부 기관출신들 뿐"이라며 "무조건 금감원이 감사를 안 내려 보내겠다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또 다른 차원의 책임방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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