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무서운 대한민국 아빠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1.05.04 16:23

5월 추가비용만 100만원… "몸도 마음도 고달프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강주형씨(39)는 5월이 무섭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비용만 어림잡아 100만원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초등 4학년, 유치원생 두 딸을 둔 강 씨는 어린이날에 처남가족과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볼 예정이다. 4명 한 식구가 같이 보려면 2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외식비 10만원은 별도.

'평상시에 자주 사준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 선물은 별도로 하지 않기로 했다. 큰 아이 1주일 용돈만 4000원에서 1만원으로 특별히 올려줬다. 그나마 아이들이 착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어버이날이라는 또 하나의 산이 버티고 있다. 친가, 처가 각 30만원씩 양가 부모님 용돈만 60만원이 나간다. 올해에는 물가가 올라 10만원만 드리기 민망해서 5만원 올렸다. 대신 당일 식사는 형님댁에 비빌 생각이다. 생활비 빠듯할 거라며 이해해주는 형수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스승의 날 선물은 도서상품권을 예상 중이다. 작년에 화장품을 사서 보냈는데 '이러면 안된다'며 다시 돌려받았다. 선생님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작년 일도 있고 해서 와이프의 정성스런 편지와 도서상품권을 준비할 생각이다.

강 씨는 "5월에는 평월에 비해 최소 100만원 이상 지출이 더 있기 때문에 맞벌이라고 해도 부담이 매우 크다"며 "와이프가 3월 보너스에서 비용을 따로 떼놓지 않았으면 감당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도 돈이지만 육체적으로도 피곤하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영희씨(32, 가명)는 올해 어버이날이 휴일이라 1박2일로 충남의 시부모 댁을 찾을 예정이다. 5살 첫째와 갓난아기 둘째를 데리고 왕복 기름값 10만원을 들여 시댁에 다녀올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김 씨는 "직장일을 핑계로 그 동안 어버이날 안찾아 뵜었는데 둘째 낳고 직장을 그만둔 데다 올해는 휴일이기도 해서 다녀와야 할 상황"이라며 "애기 돌보면서 부엌일까지 하려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신랑도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어린이날에 별 생각없이 놀이공원에 갔다가 주차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인파에 치여서 집에 빨리 가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황 모씨(36)는 가정의 달 5월을 '죽음의 달'로 불렀다.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날 비용에 5월 결혼하는 후배들이 많아 부조금까지 따로 챙겨둬야 한다. 홑벌이인데 최근에는 물가까지 올라 말 그대로 지갑 열기가 두렵다.

황 씨는 "와이프랑 마트를 가보니 유제품, 과일·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고 심지어 애들 과자값까지 다 올랐더라"며 "아이들이 꼭 먹어야 하는 우유나 과일, 채소값이 특히 더 비싸 몇 만원 들고 가서는 살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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