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신세계家' 딸들의 '빵 전쟁'

머니투데이 신동진 기자 | 2011.05.04 16:38

롯데가 외손녀 장선윤씨 백화점 고급빵 진출… 조선호텔 베이커리와 대결 불가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왼쪽)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씨(오른쪽)ⓒ머니투데이 사진 자료.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의 딸들이 벌이는 '빵 전쟁'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41)씨가 빵(베이커리) 사업으로 유통업계에 복귀한다. 이에 따라 현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대주주로 있는 신세계 정유경(40) 부사장과 '인스토어 베이커리(유통업체 내 제빵매장)' 시장에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까지 전국 롯데백화점 12개 점포 내 '포숑'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에 장 씨가 대표로 있는 '블리스'가 입점할 예정이다. 블리스는 자본금 5억원으로 과자·빵류 제조업, 음료 도소매, 식료품 수출입, 와인 수입, 조리서비스 등 사업을 하는 식품업체다. 장 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블리스의 롯데백화점 입점에 따라 기존 인스토어 베이커리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던 조선호텔 베이커리와 롯데브랑제리, 아티제블랑제리(신라호텔과 홈플러스의 합작회사) '3강 체제'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롯데브랑제리는 현재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에 모두 입점해 있는 반면, 블리스는 고급 베이커리 분야에만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인스토어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6년보다 3배, 2008년보다는 1.5배 성장한 규모다. 인스토어 베이커리 시장은 매년 30%가까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는 시장에 오너 3세가 들어왔다는 이슈에 업계에선 장 씨의 행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막강한 롯데 유통계열사의 지원으로 언제든 업계 선두인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 씨가 가진 비즈니스 협상력과 추진력이 더해지면 인스토어 베이커리 시장 공략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정유경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2005년 조선호텔의 베이커리사업부문에서 물적분할할 당시만 해도 그 해 매출액이 76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정 부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공격적으로 출점하며 지난해 매출액을 1678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 5월에는 조선호텔 외식사업부까지 인수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올해 매출액이 2000억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지난해 말 이마트 피자를 공급하며 피자 부문에서만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 씨와 정 부사장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초에도 명품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장 씨는 2005년 오픈한 소공동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창립멤버로 참여, 해외 명품 편집매장인 '분더샵'을 주도한 정 부사장과 대비되기도 했다.

장 씨는 에비뉴엘을 준비하며 해외 명품 사장단을 직접 만나 브랜드를 입점을 성공시키는 등 뛰어난 비즈니스 협상력을 보였고 단기간에 100여개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장 씨는 명품관 에비뉴엘의 오픈과 안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루이비통이 입점을 망설일 때에도 장 씨가 직접 협상에 나서 성공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장 씨는 `강북지역 명품 편집매장 선도자'로 불리기도 한다.

장 씨와 정 부사장이 걸어온 길도 여러가지 비슷한 면이 많다. 장 씨와 정 부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함께 재벌가 3세 우먼파워를 대표하는 인물로 통한다.

장 씨는 해외명품만 10년 넘게 담당해온 '명품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장 씨는 지난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1998년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통합 팀장, 해외명품담당 이사를 거쳐 2007년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마케팅부문장(상무)으로 발령을 받아 10년 만에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10월엔 양성욱 아우디코리아 상무와 재혼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최근 업계 복귀을 앞두고 있다.

정 부사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출신으로 1996년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에 입사했다. 전공을 살려 호텔 리노베이션, 디자인 분야 업무를 했고, 아르마니 등을 해외 명품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왔다.

그는 2009년 12월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 보폭을 한층 더 넓히며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세계의 분할 이후부터는 자신의 전문 영역을 살려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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